드디어 꿈에 그리던 유럽 여행을 다녀왔어요. 11박 12일 동안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4개국을 돌아다녔는데, 솔직히 말하면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그만큼 알차게 다녀온 것 같아요. 학원에서 방학 기간을 맞춰 겨우겨우 휴가를 냈더니, 이렇게 긴 시간 여행을 가니 마음이 확 트이더라구요.
10월 초에 떠났는데, 가을 유럽의 날씨가 생각보다 좋았어요. 한국의 가을보다 조금 쌀쌀했지만, 그래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유럽의 풍경이 꽤 인상적이었죠. 여행 준비할 때 날씨 검색해보니 10-15도 정도라고 해서 얇은 패딩이랑 니트, 후드티 위주로 챙겨갔는데 딱 좋았어요.
첫 번째 도착지는 영국 런던이었어요. 인천에서 런던까지 직항으로 12시간 정도 걸렸는데, 기내식도 별로고 좁은 자리에서 오래 앉아있다 보니 도착했을 때는 몸이 완전 뻐근했죠. 시차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입국심사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건 역시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거였어요. 아침에는 맑다가 오후에는 갑자기 비가 내리더니, 또 금방 그치고… 한국에서 우산 챙겨온 게 정말 다행이었죠. 런던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영화에서 봤던 그대로라 신기했어요.
첫날은 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 펍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어요.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그냥 평범했어요. 피시 앤 칩스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기름지지 않고 바삭바삭해서 맥주랑 같이 먹기 좋더라구요. 다만 가격이 좀 비싸서 놀랐어요. 한 끼에 2만원 정도 나왔으니까요.
런던에서의 둘째 날은 버킹엄 궁전부터 시작했어요. 아침 일찍 가서 근위병 교대식을 봤는데, 관광객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사진 찍으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간신히 자리를 잡아 구경했죠. 솔직히 기대했던 것보다는 좀 실망스러웠어요. TV에서 보던 것보다 규모도 작고, 너무 관광지화 되어 있어서 특별한 느낌이 없었달까요?
그 다음으로 대영박물관에 갔는데, 여기는 정말 대박이었어요. 입장료도 무료라서 더 좋았고,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유물들이 정말 엄청났어요. 물론 약탈해온 것들도 많다는 논란이 있지만, 그만큼 볼거리가 풍성했죠. 이집트 미라, 그리스 조각상, 로제타석 같은 유명한 유물들을 실제로 보니까 역사 시간에 배웠던 것들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학원에서 세계사 가르칠 때 써먹을 이야깃거리가 많이 생겼답니다.
런던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타워 브릿지였어요. 템즈강 위에 웅장하게 서 있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죠. 다리를 건너면서 강 양쪽으로 펼쳐진 런던 시내를 구경했는데, 현대적인 건물들과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공존하는 모습이 독특했어요. 날씨도 맑아서 사진 찍기에도 좋았고요.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에는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을 봤어요. ‘오페라의 유령’을 예약했는데, 티켓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고민했지만 그래도 런던에서 뮤지컬을 안 보고 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질렀죠. 결과적으로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배우들의 라이브 공연이 너무 압도적이었고, 무대 세트와 특수효과도 완벽했어요. 한국에서 본 뮤지컬과는 차원이 달랐달까요?
다음 날 아침,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서 파리로 이동했어요. 기차가 해저터널을 통과한다는 게 신기했는데, 막상 타보니 그냥 일반 터널과 다를 바 없더라구요. 창밖이 캄캄해지고 2시간 정도 지나니 어느새 프랑스였어요. 기차 안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는데, 영국 음식보다 확실히 맛있었어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건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는 거였어요. 런던이 정돈되고 체계적인 느낌이라면, 파리는 좀 더 자유롭고 예술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패션도 확실히 세련됐고요. 제가 입은 평범한 후드티와 청바지가 갑자기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파리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당연히 에펠탑이었죠. 멀리서 봤을 때는 생각보다 작아 보였는데, 가까이 가니 정말 웅장했어요. 줄이 엄청 길어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건 포기하고 2층까지만 올라갔는데도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어요. 날씨도 맑아서 시야가 정말 좋았죠. 탑 주변에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노점상들이 많았는데, 에펠탑 모양의 기념품을 정말 집요하게 팔더라구요.
에펠탑에서 내려와 세느강 유람선을 탔어요. 바토 무슈라고 하는데, 강을 따라 파리의 주요 명소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노트르담 성당(공사 중이었지만),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을 강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색달랐죠. 해질녘에 탔더니 석양에 물든 파리의 건물들이 정말 로맨틱했어요. 혼자 여행 왔는데도 분위기에 취해버렸다니까요.
파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어요.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하루 종일 봐도 다 못 볼 정도였죠.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를 뚫고 가까스로 앞에 섰는데, 생각보다 작은 그림에 좀 실망했어요. 그래도 ‘진짜’ 모나리자를 봤다는 사실에 감동이 밀려왔죠. 그 외에도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같은 유명한 작품들을 실제로 보니 미술 시간에 배웠던 지식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갔어요. 사크레쾨르 성당이 있는 곳인데, 계단이 정말 많아서 올라가는 데 힘들었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파리 전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언덕 주변에는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한 화가가 제 초상화를 그려준다고 해서 호기심에 그려봤어요. 결과물은… 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달랐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파리에서의 식사는 정말 좋았어요. 길거리 크레페부터 정통 프랑스 요리까지 다양하게 먹어봤는데, 특히 에스카르고를 처음 먹어봤을 때의 충격이란… 달팽이를 먹는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마늘버터 소스와 함께 먹으니 의외로 맛있더라구요. 빵도 정말 맛있었어요. 매일 아침 호텔 근처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바게트와 크로아상을 사 먹었는데,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파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스위스로 향했어요.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프랑스 시골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넓은 포도밭과 작은 마을들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마치 그림 같았죠. 기차 안에서 와인 한 잔 마시면서 풍경을 감상하니 여행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스위스에 도착했을 때 첫 느낌은 ‘깨끗하다’였어요. 공기부터가 달랐고, 거리에는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했죠. 그리고 물가… 정말 비쌌어요. 간단한 샌드위치 하나에 15프랑(약 2만원)이라니,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어요. 그래도 경치가 워낙 아름다워서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스위스에서 가장 기대했던 건 알프스였어요.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 요흐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설산과 초원이 정말 압도적이었어요. 해발 3,454미터에 있는 ‘유럽의 지붕’에 올라갔을 때는 숨이 턱 막힐 정도였죠. 고산병 때문인지, 아니면 그 광경에 감동해서인지… 아마 둘 다였을 거예요. 정상에서는 눈밭에서 놀기도 하고, 아이스 팰리스라는 얼음 동굴도 구경했어요.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라 더 특별하게 느껴졌죠.
루체른에서는 카펠 다리와 빈사의 사자상을 봤어요. 카펠 다리는 14세기에 지어진 목조 다리인데, 내부에는 스위스의 역사를 담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흥미로웠어요. 빈사의 사자상은 생각보다 작았지만, 슬픈 표정의 사자가 정말 인상적이었죠. 마크 트웨인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돌’이라고 표현했다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어요.
스위스에서의 식사는 주로 퐁듀와 라클렛을 먹었어요. 치즈를 녹여서 빵이나 감자에 찍어 먹는 건데, 처음에는 맛있었지만 계속 먹다 보니 좀 느끼해지더라구요. 그래도 추운 날씨에 따뜻한 치즈 요리를 먹으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스위스 초콜릿도 정말 맛있었어요. 기념품으로 몇 개 사 왔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먹어보니 현지에서 먹던 맛과는 좀 달랐어요. 역시 그 자리에서 먹는 게 제일인가 봐요.
스위스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목적지인 이탈리아로 향했어요. 알프스를 지나는 기차 여행은 그 자체로 환상적이었어요.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창밖 풍경이 완전히 바뀌는데, 스위스의 설산에서 이탈리아의 푸른 호수로 바뀌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죠.
베니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어요. 산타루치아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대운하의 모습이 환상적이었어요. 수상버스(바포레토)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 길에 양쪽으로 보이는 오래된 건물들과 곤돌라들… 정말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죠. 베니스는 자동차가 없어서 모든 이동을 걸어서 하거나 배를 타야 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베니스에서 첫날은 산마르코 광장부터 시작했어요.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비둘기 떼가 반겨주더라구요. 너무 많아서 조금 무서울 정도였어요. 산마르코 성당은 외관도 내부도 정말 화려했어요. 금색 모자이크로 장식된 천장이 특히 인상적이었죠. 종탑에 올라가서 베니스 전경을 내려다봤는데, 미로처럼 얽힌 운하와 붉은 지붕의 건물들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리알토 다리도 인상적이었어요. 대운하를 가로지르는 가장 오래된 다리인데, 다리 위에는 상점들이 즐비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죠. 다리에서 바라본 대운하의 모습도 정말 멋졌어요. 곤돌라들이 오가는 모습이 마치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더라구요.
베니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곤돌라 탑승이었어요. 가격이 좀 비쌌지만(80유로 정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곤돌리에(곤돌라 선원)가 이탈리아 노래를 부르면서 좁은 운하를 누비는 경험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거예요. 특히 해질녘에 탔더니 운하에 비치는 노을빛이 정말 로맨틱했어요. 혼자 타서 좀 쓸쓸하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웠답니다.
베니스에서의 식사는 주로 해산물 파스타와 리조또를 먹었어요. 바다 위에 있는 도시다 보니 해산물이 정말 신선했어요. 특히 먹물 파스타는 처음 먹어봤는데, 색은 좀 무섭게 생겼지만 맛은 정말 일품이었어요. 젤라토도 매일 먹었는데, 한국에서 먹던 아이스크림과는 식감부터 달랐어요. 더 부드럽고 진한 맛이 특징이었죠.
베니스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부라노섬과 무라노섬으로 일일 투어를 다녀왔어요. 부라노는 컬러풀한 집들로 유명한 곳인데, 정말 동화 속 마을 같았어요. 집마다 색깔이 달라서 사진 찍기에도 정말 좋았죠. 무라노는 유리 공예로 유명한 섬인데, 유리 공예 시연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작은 유리 장식품을 기념품으로 사왔는데, 포장을 정말 꼼꼼히 해줘서 다행히 깨지지 않고 한국까지 가져올 수 있었어요.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현지 레스토랑에서 화려하게 마무리했어요. 전채, 파스타,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주문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했어요. 그래도 이탈리아 와인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는 정말 완벽했어요. 식사 후에는 호텔 근처 작은 광장에서 열린 즉흥 연주회를 구경했는데, 현지인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시간이 정말 특별했어요.
11박 12일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난 여행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4개국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녀오니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각 나라마다 좀 더 오래 머물러 현지 문화를 깊이 체험해보고 싶었거든요. 특히 스위스는 너무 짧게 지나쳐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이번 여행을 통해 유럽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 예술을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책에서만 본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되어 기쁘네요. 아마 학생들도 더 흥미롭게 들을 거예요.
여행을 다녀온 후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세상은 정말 넓고 볼 것도 많다는 거예요. 한국에서만 살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쉬운데, 이렇게 다른 문화를 경험하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었어요. 물론 한국의 좋은 점도 많이 느꼈죠. 특히 대중교통의 편리함이나 음식의 맛, 치안의 안전함 같은 건 한국이 확실히 좋더라구요.
다음에 또 유럽 여행을 간다면, 한 나라에 좀 더 오래 머물면서 현지인처럼 생활해보고 싶어요.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현지 마켓에서 장을 보고 요리도 해보고, 카페에 앉아 사람들 구경도 하고… 그런 여유로운 여행을 꿈꾸게 되었어요.
여행은 끝났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아요. 특히 알프스의 설산, 베니스의 운하,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박물관…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답니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 여행 팁 정리
- 유럽 여행 최적기: 10월은 성수기를 피해 여행하기 좋은 시기예요. 날씨도 적당하고 관광객도 상대적으로 적답니다.
- 교통 패스 활용하기: 각 도시마다 대중교통 패스가 있으니 적극 활용하세요. 특히 스위스는 스위스 패스가 정말 유용했어요.
- 현지 식당 찾는 팁: 관광객이 많은 곳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을 찾으세요. 메뉴판에 사진이 없고 현지어로만 되어 있는 곳이 대체로 맛있고 가격도 합리적이었어요.
- 소매치기 주의: 특히 파리와 베니스는 소매치기가 많아요. 중요한 물건은 몸 앞쪽에 착용하는 허리색에 넣고 다니세요.
- 물가 대비책: 스위스는 물가가 정말 비싸니 간식거리는 미리 준비하세요. 슈퍼마켓에서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 구글맵 오프라인 지도: 데이터가 없을 때를 대비해 각 도시 지도를 미리 다운로드해두세요. 특히 베니스같이 미로 같은 도시에서 정말 유용했어요.
- 여행 일정 여유롭게: 욕심내서 너무 빡빡하게 일정을 짜지 마세요. 중간중간 휴식 시간과 자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