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일주 8박9일 가을 여행 후기
출발 전날부터 애들은 잠도 못 자고 “아빠, 내일 가는 거 맞지?”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물어봤어. 첫째는 여권을 베고 자겠다고 하고, 둘째는 캐리어 안에 들어가서 안 나오겠다고 했다니까. 귀엽지 않니?
짐 싸는 건 정말 전쟁이었어. 아이들 짐이 진짜 문제지. 기저귀, 물티슈는 기본이고 간식은 비행기용, 이동용 따로 챙겨야 하고. 아이들 약도 다 챙기고, 여벌 옷은 계획보다 두 배로 넣었어. 경험상 아이들은 항상 예상보다 옷을 더 버리거든.
그리고 장난감! 첫째는 인형, 둘째는 블록 없으면 안 된다고 고집부리는 걸 겨우 설득해서 최소한만 가져갔어. 그래도 결국 가방 두 개는 애들 물건으로 꽉 찼더라고.
비행기에서 10시간은 정말 지옥이었어. 첫째는 그래도 태블릿으로 영화 보면서 잘 견뎠는데, 둘째는 도저히 가만히 못 있겠다고 통로를 계속 뛰어다녔어. 승무원들이 웃으면서 이해해주긴 했지만, 나는 계속 쫓아다니느라 영화 한 편도 못 봤다니까.
“아빠, 비행기 언제 도착해?”
“아직 5시간 남았어…”
“5시간이 얼마야?”
“아빠가 회사 갔다 오는 시간보다 길어”
“엄청 길다!!”
이런 대화를 30분마다 반복했어.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우리 일행과 만나고 바로 스트라스부르로 이동했어. 버스 안에서 아이들은 드디어 꿀잠을 자더라고. 덕분에 나도 좀 쉴 수 있었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애들은 침대에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어. “와~ 아빠 여기 봐!” “엄마 저것 좀 봐!” 호기심 천국이었지. 첫째는 창문 밖 풍경을, 둘째는 욕실 수도꼭지를 신기해하더라.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아이들 보면서 나도 행복해졌어.
다음날 베른으로 이동했는데, 여기가 스위스의 수도라고 하더라고. 구시가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데, 아이들은 그런 건 관심 없고 곰 공원에서 실제 곰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완전 신이 났어.
“아빠! 진짜 곰이 있어! 움직여!”
첫째가 너무 신나서 소리를 질렀어.
곰 공원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곳이었어. 실제로 곰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 아이들은 한참을 구경했어. 유모차도 끌고 다니기 좋았고, 화장실도 깨끗해서 편했어. 근처에 수유실도 있어서 애 데리고 다니기 정말 좋더라.
점심은 현지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뢰스티라는 감자전을 시켜봤어. 아이들 입맛에 맞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먹더라고.
첫째: “아빠 이거 맛있어! 감자전보다 더 맛있어!”
둘째: “나 더 먹을래!”
완판 성공이었어. 식당 주인이 애들 보고 웃으면서 초콜릿도 서비스로 주셨어.
몽트뢰로 이동해서는 레만 호수를 구경했어. 에메랄드빛 호수가 정말 예뻤어. 아이들은 오리 먹이주기에 완전 빠져들었지. 근데 둘째가 오리한테 너무 다가가다가 물에 빠질 뻔해서 놀랐어. 그래서 “여행 중에는 항상 아이 손을 잡자”가 우리 가족의 첫 번째 규칙이 됐어.
로이커바트에서는 온천을 경험했어.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어서 좋았어. 첫째는 물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고, 둘째는 처음엔 무서워했는데 첫째 따라 들어가더니 금세 적응했어.
“아빠, 여기 물 따뜻해서 좋아!”
“엄마, 나 여기 살래!”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온천장에 울려 퍼졌어.
체르마트로 가는 길은 조금 힘들었어. 태쉬에서 기차로 갈아타야 했는데, 아이들이 피곤해서 짜증을 냈거든. 그래도 체르마트에 도착하니 마터호른 산이 보이면서 아이들 눈이 다시 반짝였어.
“우와, 저기 눈 쌓인 산이다!”
“아빠, 저기 진짜 산타가 살아?”
아이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어.
체르마트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마을이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좋았어. 전기차만 다니는데, 첫째는 그게 또 신기했나 봐. 계속 전기차 사진을 찍자고 했어.
인터라켄에서는 융프라우 산을 올라갔어.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해발 3,454m라고 해. 아이들은 처음 보는 설경에 완전 넋이 나갔어.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했지.
근데 고산증이 걱정돼서 오래 있진 않았어. 아이들 컨디션 관리가 제일 중요하니까. 아이들과 여행할 때는 욕심 부리지 말고 체력 안배가 중요해.
루체른에서는 카펠교를 걸었어. 물 위에 있는 나무다리인데, 아이들이 다리 위에서 오리들 구경하느라 한참을 서 있었어. 그리고 근처 빵집에서 초콜릿 크로와상을 먹었는데, 아이들 얼굴에 초콜릿 범벅이 됐지만 그 행복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
취리히에서는 동물원에 갔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기린, 펭귄을 모두 볼 수 있어서 대만족이었지. 동물원 내에 놀이터도 있어서 쉬어가기 좋았어.
여행 중에는 항상 변수가 있었어. 둘째가 갑자기 열이 나서 약국을 찾아 헤맨 적도 있고, 첫째가 좋아하는 인형을 호텔에 두고 와서 한참을 울었던 적도 있었지. 그래도 이런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해.
하루 일정이 끝나고 호텔에 돌아오면 아이들은 샤워하고 침대에 누우자마자 꿀잠을 잤어. 오늘 정말 많이 뛰어놀았나 봐. 그럴 때면 아이들 자는 모습 보면서 하루를 정리했어.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 일단 일정은 여유롭게 잡는 게 좋아. 어른 기준의 절반 속도로 움직이는 게 현실적이야. 그리고 아이 간식은 필수! 배고프면 아이들 기분이 확 나빠지거든.
낮잠 시간도 꼭 확보해줘야 해. 우리는 오후 일정을 가볍게 잡고 호텔에 돌아와서 1-2시간 쉬었다가 나갔어. 그리고 아이 관심사를 반영한 코스를 넣는 것도 중요해. 우리 첫째는 기차를 좋아해서 기차 여행을 많이 넣었고, 둘째는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 곰 공원 같은 곳을 일부러 찾아갔어.
마지막으로, 사진은 정말 많이 찍어! 나중에 보면 추억이 배로 커진다니까.
가족 여행 경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었어. 항공권이 4인 기준 560만원 정도, 숙박비가 가족룸으로 8박에 320만원, 식비는 4인 기준으로 180만원 정도 들었어. 입장료랑 기타 비용 합쳐서 총 1,200만원 정도 썼네.
스위스 일주 가족 여행, 정말 행복했어.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 기억들이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하니 뿌듯하더라. 첫째가 비행기에서 그랬어.
“아빠, 우리 또 여행 가자!”
네, 또 가자. 다음엔 어디로 갈까?
가족 여행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이들과의 여행은 분명 힘들지만, 그 어떤 여행보다 값진 추억이 된다는 걸 기억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