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일주, 겨울에 딱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여행이더라구요. 사실 40대 대학생이라는 조금은 애매한(?) 신분으로, 방학만 되면 ‘이번엔 어디 가지?’ 고민하는데, 이탈리아는 늘 리스트 맨 위에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11월, 비수기라 항공권도 좀 싸고, 사람도 덜 붐빌 것 같아서 9박 10일 일정으로 질러버렸죠. 솔직히 겨울 유럽은 춥고 우중충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탈리아는 그 특유의 감성 때문에라도 겨울에 한 번쯤은 꼭 가볼 만하다고 느꼈어요.
출발 전부터 여기저기 후기 찾아보니까, 다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이런 곳만 찍고 오더라구요. 근데 저는 욕심이 좀 많아서, 몬테카티니, 베로나, 시르미오네, 피사, 오르베이토까지 다 넣어봤어요. 물론 패키지로 가면 편하겠지만, 저는 이 나이에 아직도 자유여행이 좋더라구요. 물론, 현지 교통이 만만치 않다는 걸 몸소 느꼈죠. 이탈리아 기차, 프레차로사나 이탈로 같은 고속열차는 진짜 빠르고 쾌적하긴 한데, 시간표 한 번 꼬이면 답도 없어요. 특히나 이탈리아 특유의 여유(?) 때문에, 지연은 기본 옵션이더라구요.
첫날 로마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게 진짜 이탈리아구나 싶었어요. 공항에서 시내 들어가는 테르미니역까지 가는 기차도 뭔가 낡았는데, 그게 또 묘하게 멋있더라구요. 로마는 워낙 볼 게 많아서, 콜로세움, 바티칸, 트레비 분수까지 다 돌려면 하루도 모자라요. 근데 11월이라 그런지, 트레비 분수 앞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사진 찍기 정말 좋았어요. 평소라면 셀카봉 든 관광객들에 치여서 사진 한 장 찍기도 힘든데, 이번엔 여유롭게 분수 앞에서 유럽 감성 사진 남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로마에서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음식이에요. 카르보나라 맛집이라는 곳을 찾아갔는데, 진짜 한국에서 먹던 거랑 전혀 다르더라구요. 크림이 아니라 계란 노른자랑 치즈로만 만든 소스라서, 느끼한데도 계속 먹게 되는 그 맛… 솔직히 양은 적은데, 가격은 비싼 편이에요. 근데 그 분위기까지 합치면 그냥 납득이 가더라구요. 젤라토도 겨울에 먹으니까 색다른 기분이었어요. 추운 날씨에 따뜻한 거리 걸으면서 차가운 젤라토 한 입, 이게 또 별미더라구요.
로마에서 피렌체로 이동할 때는 프레차로사 타봤는데, 이게 진짜 빠르긴 해요. 두 시간 좀 넘게 달리는데, 창밖 풍경이 너무 멋져서 지루할 틈이 없더라구요. 피렌체 도착하자마자 두오모 성당부터 갔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대기줄이 거의 없었어요. 여름 성수기 때는 두 시간씩 기다린다던데, 이번엔 바로 입장할 수 있었죠.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천장 프레스코화가 압도적이에요. 사진으로 볼 때랑은 느낌이 완전 달라서, 실제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거죠. 그리고 우피치 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는데,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이 한가득이라 예술에 관심 없는 저도 괜히 진지해지더라구요.
피렌체에서 먹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이건 진짜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먹어야 해요. 두꺼운 T본스테이크를 숯불에 구워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가득하더라구요. 가격은 좀 세지만, 현지 분위기 느끼면서 먹으니까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거죠. 식사 후에 베키오 다리 산책도 했는데, 해 질 무렵에 강 위로 노을이 비치니까 진짜 영화 속 한 장면 같더라구요.
다음으로 들른 곳이 몬테카티니였어요. 여기는 사실 잘 알려진 관광지는 아닌데, 온천이 유명하다고 해서 한 번 들러봤거든요. 겨울 이탈리아에서 온천이라니, 이색적이더라구요. 현지인들도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여행 중 쌓인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더라구요. 솔직히 여행 중간에 이런 휴식이 없으면 체력 방전되기 딱 좋아요.
베네치아는 정말 독특한 도시더라구요. 물의 도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더라구요. 골목마다 물길이 이어져 있고, 곤돌라가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겨울에는 물안개가 자주 껴서, 도시 전체가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로 변하더라구요. 산 마르코 광장에 서 있으면, 비둘기 떼와 함께 고요한 겨울 바람이 불어와서 괜히 감상에 젖게 되는 거죠. 그리고 곤돌라 투어도 해봤는데, 솔직히 가격은 좀 비싼 편이에요. 근데 이런 경험은 이탈리아 아니면 못해보는 거니까, 그냥 질러봤어요. 곤돌라에서 바라보는 베네치아의 겨울 풍경은,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베네치아에서 먹은 해산물 요리도 인상적이었어요. 오스테리아 알 포스테라는 식당에서 시클리랑 해산물 파스타를 먹었는데, 신선한 재료 덕분에 맛이 깔끔하더라구요. 한국에서 먹던 해산물 파스타랑은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베네치아 특유의 짭조름한 바닷바람과 함께 먹으니까, 더 맛있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베로나도 잠깐 들렀는데, 여긴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로 유명하잖아요. 줄리엣의 집 앞에 가면 벽에 온갖 낙서랑 자물쇠가 붙어 있는데, 솔직히 좀 오글거리긴 했어요. 근데 그만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포토존이라, 저도 그냥 사진 한 장 남겼죠. 베로나 자체는 작지만, 골목골목이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산책하기 좋더라구요.
시르미오네는 가르다 호수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한적하게 둘러볼 수 있었어요. 호수 위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데, 그 풍경이 진짜 그림 같더라구요. 여름에 오면 북적거렸을 텐데, 겨울엔 조용히 산책하기 딱 좋았어요. 현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호수 바라보는 게 소소한 힐링이더라구요.
피사에서는 역시 피사의 사탑을 빼놓을 수 없죠. 사진으로만 보던 그 기울어진 탑을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이 기울어져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탑 앞에서 ‘밀기 포즈’ 찍는 건 거의 의무더라구요. 근데 겨울이라 그런지, 줄도 거의 없고, 사진 찍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피사 시내는 작아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더라구요. 피사에서 먹은 파스타랑 리조또도 꽤 괜찮았어요. 현지 식당은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경우도 많아서, 메뉴판 보고 찍어 먹는 재미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오르베이토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중세 도시인데, 여긴 진짜 동화책 속 마을 같았어요. 케이블카 타고 언덕 위로 올라가면,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겨울이라 하늘이 흐려도 그 나름의 운치가 있더라구요.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현지 와인도 한 잔 해봤는데, 이탈리아 와인은 확실히 저렴하고 맛있더라구요.
이렇게 9박 10일 동안 이탈리아 곳곳을 누비면서 느낀 건, 겨울 이탈리아는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거예요. 비수기라 관광객이 적어서 명소마다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고, 숙박비나 항공권도 저렴해서 부담이 덜하더라구요. 물론 날씨가 흐리고 비가 자주 오는 건 단점이긴 한데, 그 덕분에 도시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피렌체나 베네치아처럼 예술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에서는, 겨울 특유의 쓸쓸함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이탈리아 여행하면서 교통은 확실히 신경 써야 해요. 기차가 빠르고 편하긴 한데, 연착이나 파업이 종종 있어서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게 좋더라구요. 버스도 잘 다니긴 하는데, 표 사는 게 은근 귀찮고,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들, 생각보다 영어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본적인 이탈리아어 인사말 정도는 익혀두면 확실히 편하더라구요.
여행 중에 제일 신경 쓰였던 건 역시 소매치기예요. 로마나 피렌체, 베네치아 같은 대도시에서는 가방이나 지갑 꼭 챙겨야 해요. 실제로 주변에서 소매치기 당했다는 사람도 봤고, 저도 몇 번 위험한 상황이 있었거든요. 현지인들은 워낙 익숙해서 그런지, 다들 가방을 앞으로 메고 다니더라구요. 저도 따라 하니까 그나마 좀 안심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이탈리아는 팁 문화가 좀 애매해요. 식당에서는 서비스 요금이 포함된 경우가 많지만, 현지인들도 소액의 팁을 남기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는 그냥 1~2유로 정도 남겼어요. 현지 분위기 따라가면 크게 문제될 건 없더라구요.
마지막으로, 11월 이탈리아는 축제나 문화행사가 의외로 많아요. 베네치아 영화제는 이미 끝났지만, 지역마다 가을 수확 축제 같은 게 열려서, 현지 분위기 느끼기에 딱 좋았어요. 특히, 베네치아나 피렌체 골목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현지인들이 모여서 행사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현지 분위기 때문에라도, 겨울 이탈리아 여행은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으로 이번 이탈리아 일주 여행은, 역사와 예술, 음식, 그리고 현지인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불편한 점도 많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았지만, 그 모든 게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탈리아의 겨울은 쓸쓸하면서도 따뜻하고,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어요. 다음에 다시 간다면, 이번엔 남부 쪽도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어요.
💡 여행 팁 정리
- 비수기 여행의 장점: 11월은 관광객이 적어서 명소마다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고, 숙박비와 항공권이 저렴해요.
- 교통 일정 여유 두기: 이탈리아 기차와 버스는 연착이 잦으니, 이동 시간에 여유를 두는 게 좋아요.
- 소매치기 예방: 대도시에서는 가방을 앞으로 메고, 소지품을 항상 주의하세요.
- 기본 이탈리아어 익히기: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경우가 많으니, 인사말이나 숫자 정도는 미리 익혀두면 편해요.
- 팁 문화 파악: 식당에서는 서비스 요금이 포함되어 있지만, 1~2유로 정도 소액 팁을 남기면 좋아요.
- 겨울 날씨 대비: 비가 자주 오고 기온 차가 크니, 방수 재킷이나 따뜻한 옷을 꼭 챙기세요.
- 현지 음식 도전: 각 도시마다 대표 음식이 다르니, 현지 식당에서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보는 걸 추천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