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4개국 13박 14일 겨울 가족 여행 후기
출발 전날부터 아이들은 잠도 못 자고 “아빠, 내일 가는 거 맞지?”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물어봤어요. 여권을 손에 꼭 쥐고 잠든 첫째의 모습을 보며 이번 여행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특별할지 기대가 되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 짐 싸기부터가 대작전이었습니다. 기저귀와 물티슈는 둘째가 아직 밤에 실수할 때가 있어 넉넉히 챙겼고, 비행기와 이동 중 먹을 간식도 한 가방 가득 준비했어요. 아이들 약은 필수죠. 해열제, 소화제, 멀미약까지 모두 챙겼습니다. 여벌 옷은 어른 기준의 2배로 준비했는데, 이게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이번에는 처음으로 패키지 여행을 선택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긴 여정에 모든 걸 직접 준비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여행의 질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12시간이 넘는 비행 시간, 첫째는 기내 영화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더니, 둘째는 비행기 이륙할 때 귀가 아프다고 울다가 제가 준비한 사탕을 먹고 금세 진정했어요. 그리고는 저보다 더 잘 잤습니다.
“아빠, 구름 위에 있는 거야? 우리 하늘에 사는 거야?”
둘째의 순수한 질문에 비행기 안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 가이드님을 만났을 때, 아이들은 이미 시차 적응이 안 된 상태로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어요. 하지만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를 보더니 피로가 싹 가시는지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습니다.
“와~ 아빠 여기 침대 엄청 폭신폭신해!”
“엄마 저것 좀 봐! 창문으로 빅벤이 보여!”
호텔 창문으로 보이는 런던의 야경에 아이들은 호기심 천국이었어요. 첫날은 일찍 잠들게 해 시차 적응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우리의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런던 투어 첫날은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로 했어요. 아이들에게 가장 인상적일 만한 장소부터 시작하는 전략이었죠.
근위병들의 빨간 제복과 커다란 모자를 보며 첫째는 “아빠, 저 모자 무거울 것 같아요”라며 진지하게 관찰했고, 둘째는 “저도 저렇게 걷고 싶어요!”라며 근위병 걸음걸이를 따라 하려다 넘어질 뻔했어요.
패키지 여행의 장점이 여기서 빛을 발했습니다. 가이드님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셔서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이동도 전용 버스로 해서 아이들이 피곤해할 일이 없었어요. 또 아이들을 위한 화장실 타이밍까지 챙겨주셔서 정말 편했습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공룡 화석을 보며 아이들이 눈을 반짝였어요. 첫째는 공룡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며 지식을 뽐내더니, 둘째는 티라노사우루스 앞에서 무서워서 저희 뒤로 숨었다가 용기를 내 다시 나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식사 시간은 항상 고민이죠. 아이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는 게 해외여행의 가장 큰 난관인데, 패키지 일정에 포함된 레스토랑들은 아이들 메뉴가 따로 있어서 정말 편했어요. 런던에서는 피시앤칩스를 처음 먹어봤는데, 첫째가 “엄마, 이거 생선 튀김이랑 감자튀김이네! 맛있어!”라며 좋아했고, 둘째도 “나 더 먹을래!”하며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파리로 이동하는 날, 유로스타 기차를 탔는데 이것도 아이들에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해저터널을 지난다고 하니 첫째는 창문에 코를 바짝 대고 “물고기가 보일까?” 하며 기대에 부풀었죠.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니 살짝 실망했지만요.
파리에 도착해 에펠탑을 처음 본 순간, 아이들의 반응은 정말 보석 같았습니다.
“우와아~ 진짜 있네! TV에서 본 것보다 훨씬 커!”
“아빠, 저기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에펠탑 전망대에서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며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어요. 가이드님이 미리 예약해두신 덕분에 긴 줄 없이 바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사실 아이들에게 지루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이드님이 몇 가지 재미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보여주셔서 아이들도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었어요. 모나리자 앞에서 둘째가 “왜 이 그림이 유명해요?”라고 물어 다들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행 중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베른으로 이동하는 날, 둘째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당황스러웠지만, 미리 준비한 해열제를 먹이고 호텔에서 반나절 쉬게 했더니 금방 회복되었습니다. 이때 패키지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을 느꼈어요. 가이드님이 현지 약국 위치도 알려주시고, 다음날 일정도 조금 늦게 시작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거든요.
베른의 곰 공원에서는 실제 곰을 본 아이들이 너무 신이 났어요. 첫째는 곰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메모까지 하더니 “이거 학교 자유 연구로 내야겠어!”라고 의기양양해했습니다.
베니스에서는 물론 곤돌라를 탔어요. 둘째가 그토록 기대하던 순간이었죠. 처음에는 물 위에 떠있는 것이 무서웠는지 제 품에 꼭 안겨있더니, 곤돌라 아저씨가 이탈리아 노래를 불러주자 금세 즐거워하며 물 위에 손을 담그기도 했어요.
13박 14일의 여정 동안 아이들은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처음에는 낯선 음식을 거부하던 둘째도 여행 후반에는 “오늘은 뭐 먹어볼까?” 하며 적극적으로 변했고, 첫째는 여행지마다 배운 인사말을 외워 현지인들에게 인사하며 자신감을 키웠습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유로운 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패키지는 아이들 체력을 고려해 하루에 2-3곳만 방문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오전에 관광하고 점심 먹은 후 호텔에서 낮잠 시간을 가진 뒤, 오후에 가벼운 일정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었거든요.
아이들과 여행할 때 꼭 알아둘 팁을 몇 가지 공유하자면, 첫째로 간식은 항상 넉넉히 준비하세요. 배고프면 아이들 기분이 급격히 나빠지거든요. 둘째, 낮잠 시간은 꼭 확보해주세요. 아이들은 어른보다 쉽게 지치니까요. 셋째, 아이들의 관심사를 여행에 반영하세요. 우리 첫째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 박물관을, 둘째는 동물을 좋아해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일정에 넣었더니 훨씬 즐거워했어요.
실제 경비는 항공권과 패키지 비용을 포함해 4인 가족 기준 약 120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여기에 현지 쇼핑과 추가 식비로 300만원 정도 더 사용했어요. 겨울 시즌이라 비수기 할인이 있어 조금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서유럽 4개국 가족 여행,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 기억들이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첫째가 그러더라고요.
“아빠, 우리 다음엔 어디로 여행 갈까요? 이번엔 이집트 가서 피라미드 볼래요!”
네, 또 가자!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힘들지만 그만큼 더 큰 기쁨과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가족 여행 준비하시는 분들께 저희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특별한 곳이 됩니다. 여러분의 행복한 가족 여행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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