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튀르키예는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햇빛이 묘하게 뒤섞인, 마음속 어딘가를 간질이는 계절이에요. 저는 차가운 눈바람을 맞으며 걷는 고대 도시의 골목길이 좋아서, 겨울을 선택했어요. 겨울엔 관광객이 좀 적어서, 더 넓고 고요하게 풍경과 마주할 수 있거든요. 추위가 단점이긴 한데, 여행지에서 느끼는 그 청량감은 묘하게 그리움처럼 남아요.
저는 이스탄불에서 출발해서 앙카라,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안탈리야, 에페소, 부르사까지, 거의 튀르키예의 큰 도시와 숨은 곳들을 고루 다녔어요. 다채로운 유적지와 음식, 그리고 낯선 골목에서 만난 풍경들, 저는 아직도 사진첩을 열면 순간순간 감정이 튀어나오네요. 길고 긴 9박 10일, 그 시간을 따라 걸어보려 해요.
우선, 이스탄불의 공항에 내린 순간이 아직도 선명해요. 차가운 공기가 제대로 뺨을 때리는 느낌, 왠지 모르게 진짜 모험이 시작된 것 같았죠. 이스탄불은 모든 여행의 문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에요. 아야 소피아의 거대한 돔을 올려다보다가, 블루 모스크 앞 광장에서 잠깐 눈을 감아봤어요. 붉은빛 해가 지는 풍경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사진보다 기억이 더 아름답더라고요.
첫날, 이스탄불을 누비며 이스탄불카드를 구매했어요. 여기저기 이동할 때는 필수에요. 지하철, 트램, 신기하게도 페리까지 한 장으로 다 해결돼서 완전 편했어요. 대중교통이 익숙해지니 금세 도시에 스며드는 느낌, 익명의 사람이 되어서 남몰래 현지인들 사이를 떠도는 게 저는 좀 좋더라고요.
고대의 숨결과 함께 걷는 톱카프 궁전도 인상적이었는데, 겨울엔 유난히 안개가 많이 끼어서 궁전 안 정원이 온통 희뿌연 신비로 둘러싸였어요. 저는 이 안개 속을 걷다가, 머릿속이 맑아지는 그런 기분을 잠시나마 누렸죠.
그리고 구시가지 골목에 분화된 오래된 벽돌집들, 길거리 케밥 냄새가 코를 스쳐 지날 때마다 자연스레 발길이 멈췄어요. 저는 특히 거기서 먹은 양고기 케밥의 부드러움이 아직도 생각나요. 빵 사이에 고수 잎 몇 장, 과일 소스 한 숟갈 더해져서, 겨울바람 부딪히는 손끝까지 녹여주던 맛이었어요. 이런 로컬 음식점은 체인점보다 작은 골목 안에 있는데, 저처럼 헤매다 들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어요. 주인아주머니가 영어 한마디 안 하셔도, 따뜻한 미소에 말이 필요 없었어요.
이스탄불엔 또 아야 소피아도 빼놓을 수 없어요. 여기는 솔직히 너무 유명해서, 실제로 보면 느낌이 다를까 했는데요, 대리석 기둥과 금빛 모자이크가 겨울 실내 조명에 조용히 빛나는 모습이 좀 신비롭더라고요. 관람료는 약 25유로 정도인데, 저는 온라인 예매 추천해요. 입장 줄이 꽤 길거든요.
이스탄불을 며칠 천천히 걷다가, 고속열차 타고 앙카라로 넘어갔어요. 앙카라는 수도라서 그런지, 이스탄불보다 훨씬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었어요. 앙카라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독특한 시장 분위기에요. 현대적이면서도 여전히 오래된 분위기, 희미하게 양탄자 냄새나 커피 냄새 같은 게 뒤섞이는 공간이랄까.
앙카라 성 근처는 생각보다 관광객이 적어서, 조용하게 천천히 돌기 좋아요.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도시풍경이 겨울에는 특히 먹먹해요. 붉은 기와 지붕 사이로 하얗게 내려앉은 눈, 도시는 평온한데, 저는 괜히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았어요.
앙카라에서 하루 묵으며 또 하나 인상적인 건, 밤늦게 먹은 바클라바예요. 나른한 호텔방에서 포장해 온 달콤한 바클라바 한 조각, 폭신한 담요에 감싸인 채 마시던 진한 터키 커피랑 조합이 딱 좋았죠. 솔직히 그때는 일상의 모든 복잡함을 잊었어요.
그리고 카파도키아로 이동했는데, 여긴 진짜 딴 세상 같아요. 카파도키아의 기묘한 바위 지형은 겨울에 더 미묘해요. 파노라믹 뷰포인트에서 보는 핑크빛 저녁 하늘, 얼어붙은 바위 틈새와 흰 눈이 뒤섞여서 현실감이 안 느껴졌어요. 저는 열기구는 아침 일찍 타는 게 좋다고 해서, 엄청 일찍 일어나 추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준비했어요. 간혹 눈이 쌓이면 열기구가 운행 안 할 수도 있는데, 다행히 저는 운이 좋아서 하늘을 올랐어요.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위 계곡과 서서히 드러나는 햇살이 마치 미지의 행성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몽환적이었어요. 내려오고 나서 아침 식사로 현지 식빵과 염소치즈, 올리브를 먹었는데, 따뜻한 차 한 잔이 손끝을 금방 녹여줬죠.
또한, 카파도키아에는 지하 도시 투어도 꼭 참여해보시길 추천해요. 저는 데린쿠유 지하 도시를 다녀왔거든요. 진짜 상상 이상으로 깊고도 넓어요, 복잡한 미로처럼 이어진 통로에선 한 번쯤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았어요. 벽에 닿은 손끝이 얼얼할 정도로 차갑긴 했지만, 옛날 사람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하면서 한참을 걸었네요.
한편, 카파도키아를 걷고 나면 숙소에서 쉬는 시간이 또 꿀맛이에요. 저는 동굴호텔에 묵었는데요, 진짜 바위 안에 파묻혀 자는 기분이랄까. 벽난로가 있고, 스태프들이 따뜻한 차를 가져다주는데, 입김이 나오는 밤에도 순식간에 포근해졌어요.
또 하나, 카파도키아 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작고 예쁜 카페들이 많아요. 커피 마시며 돌계단에 앉아있으면, 여행 피로가 자연스럽게 녹아내려요.
그다음, 저는 안탈리야로 방향을 틀었어요. 겨울 안탈리야라고 해도, 지중해 특유의 온화한 공기가 느껴지더라고요. 낮에는 햇살이 따듯하고, 저녁엔 바람이 쌀쌀해져서 코트는 필수였어요.
구시가지 칼레이치에서 유난히 하얀 벽과 주황색 지붕, 그리고 자그마한 골목길 풍경이 마음에 들었어요. 여기엔 작은 레스토랑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데, 저는 오징어 구이랑 터키식 피자(피데)를 먹었어요. 해산물은 신선해서, 겨울바다 특유의 차가운 향까지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안탈리야의 하이라이트는 구시가지와 바다 산책로, 해 질 녘 바다색이 분홍에서 진회색으로 바뀌는 풍경이에요. 뜨거운 차 한 잔 들고 천천히 걷다 보면, 세상의 불빛이 모두 한데 모이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내륙을 따라 파묵칼레로 이동했는데, 이곳은 상상 속 온천 마을 같아요. 파묵칼레의 새하얀 석회암 계단을 직접 보면, 눈덮인 언덕을 걷는 기분과 진짜 비슷해요. 신발은 입구에서 벗고 들어가야 해서, 맨발로 걷다가 차가운 돌 때문에 아랫배와 발끝이 짜릿했어요.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면 바로 말랑해지는데, 그 온기가 천천히 전해져서, 겨울날씨와 묘하게 어울려요.
파묵칼레에선 히에라폴리스 유적지도 함께 둘러봤어요. 고대 로마의 목욕탕, 원형극장, 아폴론 신전도 있는데, 아침 일찍 방문해서 그런지 유적지 전체가 정말 조용하고, 겨울 하늘 아래 고요하게 잠든 느낌이 강했어요. 옛 사람들이 걷던 그 길을 나도 똑같이 밟는 기분, 시간 여행 같았어요.
다음으로 쉬린제와 에페소로 이동했어요. 쉬린제는 작은 산골 마을인데, 오렌지나무와 포도나무가 소박하게 자란 언덕길이 예뻐서 천천히 걸었고, 현지 와인을 파는 작은 숍에서 한 병 샀어요. 겨울날 따끈하게 한 잔 마시니, 더 진하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에페소는 고대 그리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라서, 돌길을 따라 거닐 때마다 손끝으로 역사를 만지는 것 같은 묘한 설렘이 있었어요. 아르테미스 신전, 대극장, 셀수스 도서관 잔해들을 돌아보면서, 저마다 가지고 있는 세월과 풍화의 무게가 몸까지 눌러오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특히 셀수스 도서관 앞 계단에 앉아 10분 정도 눈을 감고, 겨울 하늘의 햇살을 그대로 얼굴에 얹은 채 한참을 멍하니 있었네요.
그리고 마니사와 부르사는 여행 막바지에 들렀는데, 두 도시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지만 현실적인 공간감이 있어요. 마니사에선 조용한 공원 산책, 그리고 동네 빵집에서 고소한 페이스트리와 커피 한 잔이 정겹고, 부르사에선 산 중턱의 오래된 온천 호텔에서 진짜 현지인들 틈에 잠깐 섞여 쉬었어요.
부르사는 특히 밤에 아주 조용한데, 창문엔 김이 서리고, 밖으로는 겨울 안개가 두껍게 내려앉아요. 딱 그럴 때, 손바닥만 한 흰색 접시에 터키식 쿤페(달콤한 디저트) 얹어놓고, 뜨거운 차와 함께 그날 한 걸음, 한 걸음씩 곱씹어봤어요.
또한, 튀르키예 여행에서 언어 장벽이 좀 있긴 했어요. 영어로 통하는 곳도 많지만, 구석진 동네같이 ‘현지스러운’ 식당에선 터키어로 주문해야 하니까, 메뉴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주문하는 스킬이 늘었어요. 괜히 그 서툰 송글씨와 손짓이, 여행의 감성을 더해주더라고요.
저는 겨울 튀르키예 여행이 마음을 조금 무겁게 만들기도 하고, 동시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은 것 같아요. 묵직한 역사의 신비, 뜨거운 차 한 잔, 차가운 골목의 바람, 그리고 매일처럼 바뀌는 색의 풍경들이 아직도 가끔씩 내 감정 뒤편을 흔들어요.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언젠가는 길을 얼떨결에 잃기도 했고, 밤늦게 미로 같은 골목을 바보같이 몇 번이나 돌다가, 지나가는 아저씨 따라 무작정 쫓아가 숙소를 찾은 적도 있었어요. 겨울 밤 튀르키예의 골목은 ‘조금’ 위험하고, 또 엄청 따뜻할 때가 있어요.
떠나기 전날엔, 이스탄불에서 마지막으로 갈라타 타워 옆 카페에서, 겨울 바람이 부는 보스포루스를 바라보면서 노트북을 열었어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여기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이야기를 쓴다는 게 얼마나 특별한지도 새삼 느꼈어요.
여행을 마무리하는 공항 가던 새벽버스 안, 흘러나오던 라디오 음악에 괜히 울컥하기도 했네요. 여러분도 혹시 마음이 정체된 느낌이 든다면, 겨울 튀르키예의 언덕길과 광장, 그리고 고요한 온천에서 머무는 시간을 추천해요. 그곳에선 모든 감정이 낯설게, 또 편하게 대화할 수 있거든요.
겨울 튀르키예는 화려한 축제의 계절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일상과 여행, 모든 감정이 부묶는 계절 같아요. 저는 한 계절 더, 내 안의 소란함도 데려다가 고요하게 머물 수 있었어요. 중심부 몇몇 지역은 저녁엔 조금 어두운 분위기도 있으니, 혼자 다닐 땐 길거리 상황도 한번씩 체크하시고, 가끔 현지인들 추천 덕에 뜻밖에 좋은 바와 식당을 찾기도 했어요.
부스스한 겨울 느낌, 때로는 황량하고 차가운 돌길, 그리고 따뜻한 빵 소리와 터키어 인사말 속에서, 저는 한 조각의 자신을 마주했던 것 같아요.
💡 여행 팁 정리
- 이스탄불카드는 필수: 대중교통(지하철, 트램, 페리)이 연결되어 있어 꼭 챙기세요.
- 겨울엔 보온 소품 충분히: 늦가을~겨울엔 일교차가 커서 손난로, 장갑, 목도리 꼭 챙기는 게 좋아요.
- 관광지 운영 시간 체크: 주요 유적지는 겨울에 운영 시간이 짧으니 공식 홈페이지 확인 후 방문하세요.
- 동굴호텔 등 이색 숙소 미리 예약: 카파도키아 동굴호텔, 파묵칼레 온천숙소 등은 인기라서 하루 이틀 전엔 예약 마감되는 경우도 있어요.
- 주요 음식 먹을 때는 현지식당 위주: 터키어 메뉴판이어도 사진 보고 주문 가능, 현지 음식점이 체인보다 훨씬 깊은 맛이에요.
- 겨울 철 눈/비 대비 신발 준비: 내륙 지방은 눈이 자주 내렸고 바닥도 미끄러워요. 바닥 미끄럼 방지 신발이 좋아요.
- 기차나 장거리 버스는 미리 예매: 도시 간 이동은 좌석 마감이 빨라 온라인 사전예매 추천해요.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