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 9박 10일 여행 후기
스페인과 포르투갈. 오랫동안 동경해왔던 나라들이에요. 정신없이 준비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이미지 생성 실패: 인천공항 출발 게이트에서 여권과 티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였어요.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이미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죠. 가이드님이 “여기서부터는 모든 걸 저희에게 맡기세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몰라요.
처음 본 스페인의 하늘은 믿을 수 없이 푸르렀어요. 우리나라의 하늘과는 다른, 마치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청량함이 느껴졌죠. 호텔에 짐을 풀고 첫 일정으로 향한 곳은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었어요.
성당 앞에 서자마자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100년이 넘도록 완공되지 않은 가우디의 걸작을 눈앞에서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어요.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만들어내는 무지개 빛 공간은 마치 천국의 한 조각 같았죠.
“우와, 이게 정말 사람이 만든 건가요?”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어요. 가이드님께서는 웃으시며 “가우디는 신의 건축가라고 불리죠”라고 설명해주셨어요.
다음 날은 구엘 공원으로 향했어요. 바르셀로나의 언덕 위에 자리한 이곳에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순간, 일상의 모든 걱정이 작아지는 기분이었어요. 알록달록한 모자이크 작품들 사이를 걸으며 마음 속 깊이 잠들어 있던 동심이 깨어나는 듯했죠.
“이 여행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남을 돌보는 간호사로서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마드리드로 이동한 날, 우리는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했어요.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라는 명성에 걸맞게 베라스케스와 고야의 작품들이 저를 맞이했죠. 그림 앞에 서서 오랫동안 바라보다 보니,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고야의 “5월 3일”이라는 작품 앞에서는 한참을 떠나지 못했어요.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공포를 담은 그 그림이 병원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저의 일상과 묘하게 겹쳐 보였거든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은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었어요. 이슬람 건축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되었죠. 특히 사자의 정원에서 본 분수와 정원의 조화는 마치 천년 전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어요.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세요. 이슬람 건축에서는 물이 천국을 상징한답니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눈을 감고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듯했죠.
포르투갈로 넘어간 우리의 첫 목적지는 리스본이었어요. 언덕 위에 자리한 이 도시는 파스텔 색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로 가득했죠. 트램을 타고 오르내리며 본 리스본의 풍경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었어요.
벨렘탑에서 바라본 테주강의 일몰은 이번 여행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였어요. 붉게 물든 하늘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는 문득 삶의 아름다움을 느꼈죠.
“우리 인생도 저 강물처럼 흘러가는 거겠죠?”
옆에 서 있던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순간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이해했어요.
포르투에서는 와이너리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도우루강 유역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트와인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배우며 시음까지 할 수 있었죠. 와인 한 잔에 담긴 수백 년의 역사와 장인 정신이 느껴졌어요.
“이 와인은 최소 20년 이상 숙성된 거예요. 인생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맛이죠.”
와이너리 주인의 말에 깊이 공감했어요. 나도 나이를 먹을수록 더 깊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신트라의 페나 궁전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어요. 알록달록한 색감의 궁전이 안개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은 너무나 환상적이었죠.
“이런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꿈을 꿨을까요?”
궁전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신트라의 전경은 말 그대로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어요. 그 순간 나는 내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죠.
이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음식이었어요. 스페인의 파에야와 하몽, 포르투갈의 바칼라우와 파스텔 드 나타까지. 매 식사가 새로운 발견이었죠.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마드리드의 한 작은 타파스 바에서 만난 현지인 부부예요. 그들은 저에게 “인생은 짧으니 매 순간을 즐기라”고 말해주었어요. 그 말이 이번 여행의 모토가 되었죠.
여행을 하며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매일 환자들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의 삶도 소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떠나는 날,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별처럼 빛나고 있었어요. 9박 10일의 여정은 끝났지만, 이 여행에서 얻은 감동과 깨달음은 오래도록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았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이제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더 여유롭고, 더 따뜻하게. 여행은 끝났지만, 새로운 나의 시작은 지금부터였으니까요.
✔️ 여름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은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예요
✔️ 스페인 타파스는 현지인들이 많은 작은 가게가 더 맛있어요
✔️ 리스본에서는 트램 28번을 타고 도시 전체를 둘러보는 것이 좋아요
✔️ 바르셀로나에서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입장권을 미리 예약하세요
✔️ 포르투갈 파스텔 드 나타는 벨렘 지역의 원조집에서 먹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