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블로거 라이언입니다.
오늘은 제가 지난 12월에 다녀온 이탈리아 일주 9박 10일 여행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세무사라는 직업 특성상 연말 결산 시즌 직전에 짧게나마 휴가를 내어 떠난 여행이었는데요, 오랫동안 꿈꿔왔던 이탈리아 여행이라 더욱 특별했습니다.
이탈리아 하면 보통 여름철 관광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겨울 이탈리아는 관광객이 비교적 적어 여유롭게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물든 이탈리아의 거리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죠.
01 로마 – 영원한 도시에서의 첫 만남
로마에 도착한 첫날,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길은 설렘 그 자체였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로마의 심장부로 향했는데요, 판테온이 첫 목적지였습니다. 2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거대한 돔형 건축물은 겨울 햇살 아래 더욱 장엄해 보였습니다. 판테온의 천장 중앙에 뚫린 오큘러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마치 신의 계시 같았습니다.
저녁에는 트레비 분수를 찾았습니다. 겨울이라 관광객이 적어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밤에 조명을 받은 분수의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전설에 따라 동전을 던지며 로마에 다시 올 것을 약속했습니다. 근처 레스토랑에서는 첫 저녁으로 정통 로마식 카르보나라를 맛봤는데,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습니다. 계란 노른자와 페코리노 치즈, 그리고 굵직한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정통 맛에 감탄했습니다.
둘째 날은 바티칸 시국 탐방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했음에도 바티칸 박물관 입구에는 이미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는데요, 사전 예약을 해둔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세무사로서 평소 숫자와 규칙에 익숙한 저였지만, 바티칸 박물관의 방대한 컬렉션 앞에서는 그저 압도될 뿐이었습니다. 특히 시스티나 성당의 미켈란젤로 천장화는 목이 아플 정도로 오랫동안 올려다보았습니다. 인간의 창조부터 최후의 심판까지, 성경 속 이야기가 천장 가득 펼쳐진 모습은 경외감마저 들게 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이동해서는 그 웅장함에 또 한 번 압도되었습니다. 내부의 피에타상과 베르니니의 발다키노는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세세한 조각 기법과 거대한 스케일의 조화가 놀라웠습니다. 대성당 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563개로, 꽤 체력을 요구했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로마의 전경은 그 모든 수고를 보상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오후에는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를 방문했습니다. 겨울의 콜로세움은 햇살을 받아 더욱 황금빛으로 빛났는데요, 2천 년 전 검투사들의 함성이 아직도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콜로세움의 구조와 역사, 그리고 당시 로마인들의 삶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세무사로서 수치와 체계에 관심이 많은 저는 로마 제국의 정교한 행정 체계와 건축 기술에 특히 매료되었습니다.
저녁에는 트라스테베레 지역에서 현지인들이 추천한 작은 트라토리아를 찾았습니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맛본 부카티니 알라마트리치아나와 로마식 아티초크 요리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산책하며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빛나는 로마의 밤을 만끽했습니다.
02 피렌체 – 르네상스의 발상지에서
로마에서의 3일을 뒤로하고 고속열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했습니다. 기차에서 바라본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겨울 풍경은 차분하고 아름다웠는데요,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가 늘어선 구릉지대는 마치 그림 같았습니다.
피렌체에 도착해 처음 방문한 곳은 두오모 성당이었습니다. 브루넬레스키의 거대한 붉은 돔과 지오토의 종탑은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웅장해 보였습니다. 성당 내부는 생각보다 소박했지만, 천장의 프레스코화와 스테인드글라스는 경이로웠습니다. 특히 돔 내부의 바사리와 주카리가 그린 최후의 심판 장면은 오랫동안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피치 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했는데도 이미 많은 관람객들이 있었습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요, 미술책에서만 보던 명작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세무사로서 수치와 비율에 민감한 저에게 르네상스 미술의 완벽한 균형과 비례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오후에는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올라가 피렌체 전경을 감상했습니다. 아르노 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와 붉은 지붕들이 펼쳐진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겨울이라 해가 일찍 지기 시작했지만, 황금빛 노을에 물든 피렌체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었습니다.
저녁은 산타 크로체 성당 근처의 작은 오스테리아에서 보냈습니다. 토스카나 지방의 대표적인 요리인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티본 스테이크)와 리볼리타 수프를 맛봤는데요, 두껍게 잘라낸 스테이크의 육즙과 풍미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과 함께한 이 식사는 피렌체에서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다음 날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과 산 로렌초 성당을 방문했습니다. 두 성당 모두 외관은 소박했지만 내부의 예술 작품들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습니다. 특히 산 로렌초 성당의 메디치 가문 예배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들은 그 표현력과 감정의 깊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배당 내부의 ‘밤’과 ‘낮’, ‘황혼’과 ‘새벽’을 상징하는 조각상들은 마치 살아 숨쉬는 듯했습니다.
오후에는 피티 궁전과 보볼리 정원을 방문했습니다. 겨울이라 정원의 식물들은 휴식 중이었지만, 정원의 구조와 조각상들, 그리고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보는 전망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피티 궁전 내부의 팔라티나 미술관에서는 라파엘로와 티치아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03 베네치아 – 물 위의 도시에서의 환상적인 경험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에 도착했습니다. 산타루치아 역에서 나오는 순간, 그랜드 운하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는데요, 겨울 안개에 싸인 운하와 곤돌라, 그리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의 조화는 마치 동화 속 세상 같았습니다.
베네치아는 자동차가 없는 도시로, 모든 이동은 도보나 수상 교통으로 이루어집니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좁은 골목길과 작은 다리들을 지나며 베네치아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숙소는 그랜드 운하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호텔이었는데, 아침에 창문을 열면 곤돌라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첫날 오후에는 산 마르코 광장을 방문했습니다. 겨울이라 아쿠아 알타(고수위)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방문 당시에는 광장이 물에 잠기지 않았습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비잔틴 양식 건축과 금빛 모자이크는 압도적이었는데요, 특히 내부 천장의 금박 모자이크는 빛을 받아 더욱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두칼레 궁전도 함께 관람했는데, 베네치아 공화국의 번영을 보여주는 화려한 내부 장식과 티에폴로, 틴토레토의 거대한 그림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탄식의 다리’를 직접 건너보며 과거 죄수들의 심정을 상상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녁에는 리알토 다리 근처의 바카로(현지 술집)에서 치케티(베네치아식 타파스)와 프로세코 와인을 즐겼습니다. 작은 빵 위에 다양한 해산물과 치즈, 고기를 올린 치케티는 간단하지만 맛있는 저녁 식사였습니다. 현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음식을 먹는 경험은 색다른 재미를 주었습니다.
다음 날은 곤돌라 투어를 예약했습니다. 12월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담요를 덮고 곤돌라에 올라 좁은 수로를 따라 베네치아의 숨겨진 모습을 탐험하는 시간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곤돌리에르(곤돌라 선원)가 들려주는 베네치아의 역사와 건물들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높은 건물들 사이로 비치는 겨울 햇살은 운하에 반짝이는 빛의 향연을 만들어냈습니다.
오후에는 무라노 섬으로 수상버스(바포레토)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베네치아의 유리 공예로 유명한 이 섬에서는 유리 공방을 방문해 장인들의 작업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요, 뜨거운 용광로에서 꺼낸 유리 덩어리가 장인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마법과도 같았습니다. 세무사로서 정확성과 세밀함을 중요시하는 저에게 이 유리 공예 기술은 특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녁에는 도르소두로 지역의 현지 레스토랑에서 베네치아 전통 요리인 리조토 알 네로 디 세피아(오징어 먹물 리조토)와 사르데 인 사오르(정어리 절임)를 맛봤습니다. 검은색 리조토는 외관은 독특했지만 해산물의 풍미가 가득한 맛이었고, 사르데 인 사오르는 산미와 단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전통 요리였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관광객이 없는 베네치아의 골목길을 산책했습니다. 안개에 싸인 운하와 고요한 골목길은 낮과는 또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아침 산책이었습니다.
04 베로나와 시르미오네 –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와 가르다 호수의 보석
베네치아에서 기차를 타고 베로나로 향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이 도시는 로맨틱한 분위기와 함께 고대 로마 시대의 유적이 잘 보존된 곳이었습니다.
베로나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줄리엣의 집이었습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좁은 골목을 지나 안쪽 중정에 들어서자 유명한 줄리엣 동상과 발코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비록 문학적 창작물의 배경이지만, 수많은 연인들의 사랑을 담은 편지들이 벽에 가득했고,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로맨틱했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아레나 디 베로나는 콜로세움보다 작지만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로마 시대 원형극장이었습니다. 겨울이라 공연은 없었지만, 여름에는 이곳에서 오페라 공연이 열린다고 합니다. 2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원형극장의 구조와 음향 시스템은 로마인들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보여주었습니다.
에르베 광장(피아자 델레 에르베)에서는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따뜻한 뱅쇼(mulled wine)를 마시며 현지 수공예품과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구경했습니다. 광장 주변의 화려한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건물들은 베로나의 부와 예술적 전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후에는 가르다 호수의 작은 반도인 시르미오네로 이동했습니다. 베로나에서 버스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이 아름다운 마을은 로마 시대의 유적과 중세 성곽으로 유명합니다. 시르미오네의 입구에는 13세기에 지어진 스칼리제로 성이 있었는데, 성벽을 따라 걸으며 가르다 호수의 파노라마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마 시대의 ‘카툴루스의 동굴’이라 불리는 유적이었습니다. 사실 동굴이 아니라 로마 시인 카툴루스의 별장 유적인데,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해 당시 로마 귀족들의 휴양 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세무사로서 역사적 기록과 유적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시르미오네의 해안가를 따라 산책하며 겨울 햇살 아래 반짝이는 가르다 호수의 풍경을 만끽했습니다. 비수기라 관광객이 적어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는데요, 호숫가 작은 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와 함께한 휴식은 여행 중 가장 평온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녁에는 다시 베로나로 돌아와 현지 트라토리아에서 베로나 특산품인 아마로네 와인과 함께 말 고기 요리를 맛봤습니다. 베로나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말 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로네 와인은 건포도로 만들어 달콤하면서도 강한 풍미가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05 친퀘테레와 피사 – 이탈리아 해안의 보석과 기울어진 탑
베로나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 북서부 해안가의 보석이라 불리는 친퀘테레로 향했습니다. ‘다섯 개의 땅’이라는 뜻의 친퀘테레는 절벽 위에 지어진 다섯 개의 작은 마을로 이루어진 해안 지역인데요, 겨울임에도 그 아름다움은 여전했습니다.
라 스페치아에서 기차로 첫 번째 마을인 리오마조레에 도착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집들이 절벽을 따라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 마을 같았습니다. 비수기라 많은 상점과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지만, 오히려 관광객이 적어 마을의 진정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을 간 하이킹 트레일 중 일부는 겨울 날씨로 인해 폐쇄되어 있었지만, 리오마조레에서 마나롤라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는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약 30분 정도 소요된 이 산책은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경험 중 하나였는데요, 절벽 위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며 바라본 지중해의 푸른 물결과 해안선은 숨막힐 듯 아름다웠습니다.
마나롤라는 다섯 마을 중 가장 작지만 가장 그림 같은 마을이었습니다. 작은 항구를 중심으로 집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었는데요, 겨울 햇살에 빛나는 파스텔 색조의 건물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항구 주변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해산물 파스타와 현지 화이트 와인을 즐기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베르나자로 이동한 후, 이곳에서 코르닐리아와 몬테로소 알 마레까지 방문했습니다. 각 마을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었지만, 특히 몬테로소의 넓은 해변과 산책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겨울이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은 없었지만,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거닐었던 시간은 평화로웠습니다.
다음 날은 피사로 이동하여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한 피사의 두오모 광장을 방문했습니다. 피사의 사탑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울어져 있었는데요, 엔지니어링과 건축에 관심이 많은 세무사로서 이 구조물이 어떻게 수백 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탑에 올라 피사 시내를 내려다보는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기울어진 각도 때문에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정상에서의 전망은 그 모든 수고를 보상해주었습니다.
두오모(대성당)와 세례당도 함께 관람했는데, 이 세 건물이 하얀 대리석으로 한 광장에 모여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특히 두오모 내부의 화려한 모자이크와 세례당의 완벽한 음향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례당 중앙에 서서 작은 소리를 내면 돔 구조로 인해 소리가 증폭되어 돌아오는 현상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피사에서의 점심은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작은 트라토리아에서 했습니다.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 수프인 리볼리타와 피치(삼겹살을 넣은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맛봤는데, 소박하지만 진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06 오르비에토와 로마로의 귀환 – 언덕 위의 중세 도시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로 움브리아 지방의 작은 언덕 도시 오르비에토를 선택했습니다. 로마로 돌아가는 길에 하루를 머물기로 했는데, 이 결정은 여행 중 가장 현명한 선택 중 하나였습니다.
오르비에토는 화산암 절벽 위에 세워진 중세 도시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도시에 첫발을 디딘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중세의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좁은 돌길과 고풍스러운 건물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움브리아의 언덕 풍경이 마치 르네상스 시대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오르비에토의 가장 인상적인 건물은 두오모(대성당)였습니다. 화려한 파사드와 금색과 파란색 모자이크로 장식된 이 성당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내부의 산 브리지오 예배당에 있는 루카 시뇨렐리의 프레스코화는 미켈란젤로에게도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데, 그 섬세한 표현과 역동적인 구도가 놀라웠습니다.
오르비에토는 또한 지하 도시로도 유명한데, ‘오르비에토 언더그라운드’ 투어를 통해 도시 아래에 있는 동굴과 터널, 우물 등을 탐험했습니다. 에트루리아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지하 구조물들은 과거 주민들의 지혜와 생존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성 파트리치오의 우물’은 깊이 62미터, 폭 13미터의 이중 나선형 계단으로 이루어진 놀라운 구조물이었습니다. 세무사로서 정교한 계산과 설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후에는 오르비에토의 성벽을 따라 산책하며 움브리아 지방의 전원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겨울의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올리브 과수원과 포도밭, 그리고 멀리 보이는 작은 마을들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저녁은 오르비에토의 특산품인 클라시코 와인과 함께 움브리아 전통 요리를 맛봤습니다. 특히 ‘팔롬바 알라 로치아'(바위 아래의 비둘기)라는 요리는 오르비에토의 대표적인 요리로, 허브와 함께 구운 비둘기 고기가 부드럽고 향이 풍부했습니다. 디저트로는 오르비에토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루미아첼로’라는 달콤한 와인에 절인 비스킷을 맛봤는데, 독특하면서도 맛있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 로마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오르비에토의 아침 시장을 방문했습니다. 현지 농산물과 치즈, 살라미 등을 판매하는 작은 시장이었지만, 이탈리아 시골 생활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념품으로 현지에서 생산된 올리브 오일과 수제 파스타를 구입했습니다.
로마로 돌아와 마지막 밤을 보내며, 9박 10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되돌아봤습니다. 로마의 역사적 웅장함, 피렌체의 예술적 풍요로움, 베네치아의 낭만적인 운하, 베로나와 시르미오네의 고요한 아름다움, 친퀘테레의 절경, 피사의 경이로운 건축물, 그리고 오르비에토의 중세 분위기까지… 이탈리아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깊은 매력을 가진 나라였습니다.
마지막 저녁은 로마의 트라스테베레 지역에서 보냈습니다. 첫날 방문했던 이 지역이 이제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피자 가게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습니다. 세무사로서의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이탈리아에서의 시간은 저에게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 여행 팁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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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탈리아 옷차림: 북부(베네치아, 밀라노)는 꽤 추우니 두꺼운 코트와 목도리, 장갑 필수. 남부는 비교적 온화하지만 저녁에는 쌀쌀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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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명소 예약: 유명 관광지(바티칸, 우피치, 콜로세움 등)는 비수기라도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줄 서는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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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패스 활용: 로마의 Roma Pass, 베네치아의 바포레토 패스 등 도시별 교통 패스를 활용하면 경제적이고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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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식사 시간 적응: 이탈리아인들은 보통 오후 1-3시에 점심, 저녁은 8시 이후에 먹습니다. 현지 식문화에 맞추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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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 주의: 주요 관광지와 대중교통에서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귀중품 관리에 주의하세요. 앞주머니보다는 내부 주머니를 활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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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프레또 활용: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작은 과자(코프레또)는 따로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현지인처럼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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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절약하기: 레스토랑에서 생수는 보통 유료입니다. 수돗물을 원한다면 “아쿠아 델 루비네토(Acqua del rubinetto)”라고 요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