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행블로거 유나입니다.
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으로 기억될, 10월의 동유럽 11박 12일 여행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플로리스트로 일하며 늘 꽃과 식물의 색감에 둘러싸여 살지만, 이번 여행은 자연이 빚어낸 가장 화려한 팔레트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간 꿈같은 시간이었죠.
사실 9개국에 달하는 이 방대한 여정을 개인이 계획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그래서 저는 큰맘 먹고 제 자신에게 휴가를 선물하자는 의미에서 잘 짜인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습니다. 이동부터 숙소, 주요 동선까지 전문가가 완벽하게 구성해 준 덕분에, 저는 오롯이 여행의 감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 공항을 출발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을 때, 유럽의 차가우면서도 신선한 가을 공기가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본격적인 여정의 시작은 바로 동화의 나라, 체코 프라하에서부터였죠. 프라하에 들어서는 순간, 왜 다들 ‘낭만의 도시’라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붉은 지붕들이 끝없이 펼쳐진 구시가지 풍경은 마치 중세 시대의 그림 엽서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구시가지 광장의 틴 성당과 천문시계는 그 자체로 거대한 예술 작품이었는데요. 정시마다 시계에서 인형들이 나와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처럼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특히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창가마다 놓인 작은 화분들이었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도 생명력을 뽐내는 작은 꽃들이 고풍스러운 건물과 어우러져 정말 사랑스러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죠.
저녁 무렵에는 블타바 강 위를 가로지르는 카를교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다리 위 예술가들의 연주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저 멀리 보이는 프라하 성의 야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너무 더워서 걷기 힘든 여름과 달리, 선선한 10월의 가을밤은 도시의 야경을 만끽하며 산책하기에 완벽한 날씨였죠.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찾은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본 프라하 시내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프라하의 감동을 뒤로하고 도착한 곳은 체스키크룸로프입니다. 프라하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한, 하지만 더욱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이었는데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자로 부드럽게 휘감아 도는 블타바 강과 언덕 위의 성, 그리고 오밀조밀 모인 주황색 지붕의 집들은 한 폭의 수채화 그 자체였습니다.
마을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마저도 가을빛으로 곱게 물들어 있었는데요. 식물을 사랑하는 제게는 발길 닿는 모든 곳이 포토존이자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이 작은 마을에서 보낸 짧은 시간은 이번 동유럽 여행 중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기억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음악과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였습니다. 체코의 아기자기한 매력과는 또 다른, 웅장하고 화려한 제국의 품격이 느껴지는 도시였죠. 링 도로를 따라 늘어선 오페라 하우스, 호프부르크 왕궁, 시청사의 모습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잠시 카페에 앉아 비엔나커피 한 잔과 달콤한 자허토르테를 맛보는 시간은 여행의 피로를 녹여주는 달콤한 휴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의 네 번째 날, 저희는 ‘도나우의 진주’라 불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습니다. 도나우 강을 중심으로 언덕 위의 부다 지구와 평지의 페스트 지구가 나뉘어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곳인데요. 특히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보는 페스트 지구의 전경과 국회의사당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하얀색의 뾰족한 고깔 모양 탑들이 마치 동화 속 공주님의 성 같았죠.
밤에는 유람선을 타고 도나우 강 위에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감상했습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국회의사당과 세체니 다리의 불빛이 검은 강물 위로 쏟아지는 모습은 왜 이곳의 야경이 세계 최고로 꼽히는지 실감하게 했습니다. 따뜻하고 진한 헝가리 전통 음식 굴라시 한 그릇은 쌀쌀한 가을밤,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여행의 중반부는 아드리아해의 보석, 크로아티아에서 펼쳐졌습니다. 수도인 자그레브는 활기차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도시였습니다. 알록달록한 타일 지붕이 아름다운 성 마르크 성당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죠.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바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었습니다.
플로리스트로서 수많은 국립공원과 정원을 다녀봤지만, 플리트비체는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16개의 에메랄드빛 호수와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풍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죠. 게다가 10월의 플리트비체는 울긋불긋한 단풍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색의 향연이었습니다.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며 투명한 호수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요정의 숲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플리트비체의 감동을 안고 남쪽으로 내려가자 해안 도시 스플리트가 우리를 맞았습니다. 살아있는 로마 유적,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안에 오늘날의 사람들이 카페를 열고 상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는데요.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이 스플리트만의 독특한 매력이었습니다. 야자수가 늘어선 리바 거리를 걸으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여유도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에 입성했습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와 그 너머로 펼쳐진 코발트블루 빛 바다의 조화는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 힘든 절경이었습니다. 견고한 성벽 위를 한 바퀴 걸으며 주황색 지붕과 푸른 바다를 번갈아 내려다보는 시간은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죠.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 전망대에 오르니, 그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담겨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눈부신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작지만 강한 매력을 지닌 나라 슬로베니아로 향했습니다. 수도인 류블랴나는 ‘사랑스럽다’는 뜻의 이름처럼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도시였습니다. 용의 다리를 건너고 강변의 노천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힐링을 느낄 수 있었죠.
슬로베니아의 보석은 단연 블레드 호수입니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호수 한가운데에 그림처럼 떠 있는 작은 섬과 그 위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전통 나룻배인 플레트나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길, 뱃사공이 들려주는 노랫소리와 맑은 호수의 풍경이 어우러져 평생 잊지 못할 낭만적인 순간을 만들었습니다. 절벽 위의 블레드 성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의 전경 또한 압권이었습니다.
여행의 막바지는 다시 오스트리아와 독일로 이어졌습니다. 호수마을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할슈타트는 동화 그 자체였습니다. 산과 호수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예쁜 집들과 백조가 유유히 떠다니는 호수의 풍경은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었죠. 창가마다 정성껏 가꾼 꽃 장식들은 플로리스트인 제 마음을 또 한 번 설레게 했습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인 잘츠부르크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미라벨 정원을 거닐었습니다. 정교하게 가꿔진 바로크 양식의 정원과 저 멀리 보이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의 조화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독일의 로텐부르크는 중세 시대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 로맨틱 가도의 보석 같은 도시였습니다. 파스텔톤의 예쁜 집들과 아기자기한 간판들,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상점까지,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곳이었죠.
지금까지 저의 11박 12일간의 동유럽 가을 여행기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무려 9개국,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들을 알차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잘 선택한 패키지 여행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바쁜 일상에 치여 긴 여행을 계획할 엄두가 나지 않거나, 동유럽이 처음이라 어디부터 가야 할지 막막한 분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역사의 숨결과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12일간의 여정. 제 인생에 이토록 다채로운 색을 선물해 준 동유럽의 가을을 저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겁니다. 여러분도 올가을, 동화 같은 풍경 속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