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9박 10일 자유 일정 패키지 여행 후기
인천에서 카이로까지 12시간. 기내식을 두 번 먹고 영화 세 편을 본 후에야 도착했다. 긴 비행이었지만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이국적인 공기에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공항에서 바로 호텔로 이동했다. 패키지에 포함된 호텔은 나일강이 보이는 5성급이었다. 처음엔 “과연 그 정도 퀄리티일까” 의심했지만,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그 의심은 사라졌다. 웅장한 샹들리에와 대리석 바닥, 그리고 친절한 직원들의 환영이 나를 맞이했다.
룸으로 안내받아 들어가니 창문 너머로 나일강의 풍경이 펼쳐졌다. 해 질 녘의 강물 위로 떨어지는 석양이 환상적이었다. 이 순간만으로도 패키지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은 간단히 호텔 주변을 산책하며 시차 적응을 했다. 이집트의 밤은 생각보다 서늘했고, 도로변에 늘어선 야자수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호텔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마신 히비스커스 차는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했다. 기자의 피라미드는 당연히 봐야 할 곳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 도착했다. 택시 기사와 가격을 흥정하는 것도 이집트 여행의 묘미 중 하나였다. 처음에 부른 가격의 절반으로 흥정에 성공했다.
피라미드는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웅장했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거대한 돌덩이들이 사막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낙타를 타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그냥 조용히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스핑크스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 같은 감정을 느꼈을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룩소르로 이동하는 날.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1시간 정도 날아가니 고대 이집트의 중심지인 룩소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지도 앱을 끄고 그냥 걸어다니기로 했다. 때로는 길을 잃는 것이 새로운 발견의 시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현지인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시장에 들어갔다. 향신료 냄새와 말소리, 흥정하는 소리가 뒤섞인 곳이었다. 한 상인이 나를 보고 손짓했다.
“어디서 왔어요?” 그가 영어로 물었다.
“한국에서요.”
“아, 강남스타일!”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싸이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 상인 압둘라는 내게 룩소르의 숨은 명소들을 알려주었다. 관광객들이 잘 모르는 작은 신전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 이름을 종이에 적어주었다. 그의 추천으로 찾아간 레스토랑에서 먹은 코샤리는 이집트 여행 중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왕들의 계곡은 상상 이상으로 더웠다. 햇빛이 사막을 달구는 오후 2시경에 방문한 것이 실수였다. 그러나 투탕카멘의 무덤을 비롯한 고대 파라오들의 안식처를 둘러보는 경험은 더위도 잊게 만들었다. 벽화의 색감이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이 놀라웠다.
카르낙 신전은 해질 무렵에 방문했다. 거대한 기둥들 사이로 비치는 석양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신전을 거닐었다. 신전 안내원이 들려주는 설명을 들으며 고대 이집트인들의 지혜와 신앙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다시 카이로로 돌아와 이집트 박물관을 방문했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를 직접 보는 순간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유물들 사이에서 이집트의 찬란한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여행 중간에 예상치 못한 일도 있었다.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기차를 놓쳐버린 것이다. 다음 기차는 3시간 후. 당황했지만, 역 근처의 작은 찻집에서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오히려 그 시간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다.
한 현지인 대학생 무하메드는 내게 이집트의 현대 정치와 청년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관광지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와 나눈 대화 덕분에 이집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홍해 연안의 다합에서는 이틀간 머물렀다. 다이빙 강사 라니아를 만나 생애 첫 스쿠버 다이빙을 체험했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푸른 바다 속 산호초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을 보는 순간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다. 라니아는 내게 바다 속 생태계를 설명해주며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저녁에는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맛봤다.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생선을 숯불에 구워 먹는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레몬즙을 뿌리고 현지 향신료로 간을 한 생선은 이집트 요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든 생각은, 패키지로 기본적인 것들을 해결하고 현지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방식이 나에게 잘 맞는다는 것이다. 항공과 숙박을 따로 예약했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텐데, 패키지로 한 번에 해결하니 훨씬 효율적이었다.
실제로 9박 10일 동안 쓴 비용은 항공과 숙박 포함해서 약 250만원 정도였다. 현지에서의 식비는 생각보다 저렴했고, 교통비도 흥정을 잘 하면 아낄 수 있었다. 다만 유적지 입장료는 외국인에게 비싼 편이었다.
이집트는 혼자 여행하기에도 충분히 안전한 곳이었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항상 물은 생수를 사 마시고, 길거리 음식은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에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사원이나 모스크 방문 시에는 무릎과 어깨를 가리는 복장이 필요하다.
9박 10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나일강과 홍해,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새로운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에는 또 다른 나라로 떠나볼까. 하지만 이번처럼 자유 일정 패키지로 떠나는 건 확실하다. 편안함과 자유로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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