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3개국 9박 10일 가을 가족여행 후기

도시의 불빛 아래



서유럽 3개국 9박 10일 가을 가족여행 후기

서유럽 3개국 가족 여행을 결심한 건 아이들이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첫째가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에펠탑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남편과 눈빛만 교환했을 뿐인데 여행 계획은 이미 시작된 셈이었다.

출발 전날부터 아이들은 잠도 못 자고 “엄마, 내일 가는 거 맞지?”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물어봤다. 첫째는 가방을 세 번이나 다시 풀어 확인했고, 둘째는 자기 인형을 꼭 안고 “유럽에 데려가 줄게”라며 속삭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여행 가방을 싸는 아이들의 모습

여행 가방을 싸는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 짐 싸기는 정말 대작전이었다. 여행사에서 추천해준 리스트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기저귀와 물티슈는 넉넉히, 간식은 비행기용과 이동용으로 구분해서, 장난감은 가볍고 소음이 적은 것으로, 상비약은 필수로, 여벌 옷은 계획보다 2배로 챙겼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의 여권! 어른 여권보다 더 소중하게 지갑 깊숙이 넣어두었다.

긴 비행 시간이 가장 걱정이었는데, 우리 패키지는 직항으로 예약해서 다행이었다. 첫째는 창문 자리에 앉아 구름을 구경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둘째는 기내식에 완전 반해버렸다. 특히 비행기에서 주는 작은 잼과 버터가 신기했는지 계속 모으고 있었다.

“엄마, 이거 다 가져가도 돼요?” 둘째의 순진한 질문에 승무원 언니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을 즐기는 아이들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을 즐기는 아이들



로마에 도착한 첫날,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침대에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시차 적응도 필요하고 긴 비행으로 지쳤을 텐데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와~ 엄마 여기 봐! 창문에서 콜로세움이 보여!”
“아빠 저것 좀 봐! 욕실에 비누가 작은 코끼리 모양이야!”

호기심 천국이었다. 첫날은 일찍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우리 패키지의 가장 좋은 점은 일정이 아이들 체력을 고려해 여유롭게 짜여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로마 관광이 시작되었다. 콜로세움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진으로만 보던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실제로 눈앞에 있으니 첫째는 역사책에서 배운 검투사 이야기를 신나게 떠들었다.

“여기서 진짜 사자랑 싸웠대! 그리고 황제가 엄지손가락으로 이렇게 하면 살고, 이렇게 하면 죽는대!”

가이드님께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신 덕분에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리 패키지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가이드님들도 아이들을 잘 대해주셨다.


콜로세움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가족

콜로세움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가족





바티칸 박물관은 조금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 둘째가 완전히 매료되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참을 쳐다보더니 “엄마, 저기 그림 그린 아저씨는 목 안 아팠어요?”라고 물었다. 미켈란젤로의 고충을 정확히 짚어낸 질문이었다.

식사 시간은 항상 도전이었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탈리아는 피자와 파스타의 나라! 아이들에게는 천국이었다. 로마의 한 작은 트라토리아에서 먹은 마르게리타 피자에 첫째가 감탄했다.

“엄마 이거 맛있어! 우리나라 피자랑 달라!”
“나 더 먹을래!” 둘째도 신나게 외쳤다.

완판 성공이었다. 우리 패키지에 포함된 식사는 대부분 현지 가정식 레스토랑이었는데, 아이들 메뉴도 따로 있어서 정말 편리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는 가족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는 가족





피렌체로 이동하는 길은 기차를 이용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토스카나 지방의 풍경에 아이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가 늘어선 언덕, 붉은 지붕의 농가들… 마치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이었다.

피렌체에서는 우피치 미술관을 방문했는데, 사실 미술관은 아이들에게 지루할 수 있어서 걱정했다. 하지만 가이드님이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설명하실 때 아이들을 위한 작은 퀴즈를 내주셨다. “그림 속에 숨은 꽃은 몇 개일까요?” 아이들은 그림을 찾는 보물찾기 하듯 열심히 살폈다.

베니스에 도착했을 때는 아이들이 가장 들떠 있었다. 물 위에 떠 있는 도시라는 개념 자체가 신기했던 모양이다.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지날 때 둘째가 처음엔 무서워했는데, 첫째가 먼저 배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더니 “나도 할래!” 하며 따라 탔다.

“물 위에 집을 지었어요? 물에 안 떠내려가요?” 둘째의 순수한 질문에 곤돌리에르도 미소를 지었다.



이미지 생성 실패: 베니스 곤돌라에서 찍은 가족 사진





스위스로 넘어갔을 때는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다행히 패키지 설명서에 따라 두꺼운 옷을 챙겨갔던 터라 아이들도 춥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루체른의 카펠교를 걸으며 백조들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리기산 케이블카는 둘째가 처음에 무서워했다. 높은 곳을 올라가는 것이 두려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올라가서 본 알프스의 전경은 그 두려움을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첫째는 망원경으로 산봉우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신이 났다.

“저기 눈이 쌓인 산이 융프라우래!” 첫째가 가이드북을 들고 설명했다.

융프라우 방문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처음으로 눈을 만져보았다. 9월인데도 눈이 쌓여 있다는 사실에 완전히 신기해했다.

“엄마, 여름인데 눈사람 만들 수 있어요?” 둘째가 눈을 한 움큼 모으며 물었다.

프랑스에 도착해서는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했다. 넓은 정원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이드님의 설명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 정원에서 양들과 놀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둘째는 “나도 여기서 양이랑 놀고 싶어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파리에서는 에펠탑이 아이들의 버킷리스트 1위였다. 실제로 본 에펠탑의 크기에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마, 책에서 본 것보다 훨씬 커요!” 첫째가 고개를 한껏 젖히며 말했다.

에펠탑 꼭대기에서 본 파리의 전경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이들은 망원경으로 파리의 랜드마크들을 찾아보는 게임을 했고, 우리는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여행 중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둘째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을 때는 정말 당황했다. 다행히 우리 패키지 가이드님이 가까운 화장실로 빠르게 안내해주셨고, 미리 챙겨간 소화제가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는 여유 있는 마음과 함께 작은 응급 상황에 대비한 준비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9박 10일의 여정 동안 아이들은 매일 밤 호텔에 돌아오면 샤워하고 침대에 누우자마자 꿀잠을 잤다. 하루종일 보고 듣고 뛰어다니느라 체력을 모두 소진한 모양이었다. 그 덕분에 남편과 나는 발코니에서 와인 한 잔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가족 여행의 꿀팁을 공유하자면, 첫째, 일정은 반드시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 어른 기준의 절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우리 패키지는 이 점을 정말 잘 고려해 일정을 짜주어서 너무 좋았다.

둘째, 아이 간식은 필수다. 배고프면 기분이 나빠지고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된다. 현지 슈퍼마켓에서 과일과 간식을 사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낮잠 시간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오후에 한두 시간 쉬어주면 저녁 일정을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넷째, 아이 관심사를 반영한 코스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우리 첫째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 콜로세움과 베르사유 궁전에서 행복해했고, 둘째는 동물을 좋아해서 루체른의 백조와 파리 식물원의 작은 동물원에서 즐거워했다.

다섯째, 사진은 정말 많이 찍어두자.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서 기억이 잘 안 날 수도 있지만, 나중에 이 사진들을 보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서유럽 3개국 가족 여행,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패키지 여행이라 모든 것이 편리하게 준비되어 있어 정말 만족스러웠다. 호텔도 모두 가족 친화적인 곳으로 예약되어 있었고, 이동 수단도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가이드님들도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 기억들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첫째가 그랬다.

“엄마, 우리 또 여행 가자!”

네, 또 가자.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얼마나 신기하고 아름다울까.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가족 여행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분명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그 어떤 여행보다 값진 추억을 만들어준다. 특히 우리처럼 패키지로 가시면 훨씬 수월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엔 또 어디로 떠날까?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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