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4박 5일 자유 일정 패키지 여행 후기
출발 전날까지 야근했던 터라 여행 준비는 거의 못했지만, 항공과 숙소가 이미 해결되어 있어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에 올라타니 그제서야 “아, 이제 진짜 휴가구나” 싶었다.
약 5시간의 비행 끝에 세부 막탄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습한 열기가 훅 끼쳐왔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패키지에 포함된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다. 차에서 내려다본 세부의 거리는 생각보다 활기차고 다채로웠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은 “와, 생각보다 좋은데?”였다. 로비부터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흘렀고,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에 들어가니 창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발코니에 나가 바다 내음을 맡으며 “이거 완전 대박이다” 싶었다.
객실은 깔끔하고 넓었으며, 욕실도 청결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와서 더위를 피하기 좋았다. 무엇보다 위치가 좋아서 주변에 맛집과 편의점, 쇼핑몰이 가까웠다. 숙소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었다.
첫날은 간단히 호텔 주변만 둘러보기로 했다. 구글맵을 켜고 호텔 근처 골목으로 들어갔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었다. 좁은 골목길에는 작은 가게들이 즐비했고,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골목을 계속 걷다 보니 우연히 작은 시장을 발견했다.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현지인들이 장을 보고 있었다. 신선한 과일과 생선, 고기가 진열되어 있었고, 다양한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망고를 사서 먹었는데,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달고 맛있었다.
시장을 나와 계속 걷다가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간판도 없고 테이블도 몇 개 없는 소박한 곳이었다. 현지인들이 많이 앉아 있어 맛있을 것 같아 들어갔다. 메뉴판도 없어서 옆 테이블에서 먹는 걸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세부의 유명한 요리 ‘레촌’이었다. 통돼지를 통째로 구운 음식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서 정말 맛있었다. 가격도 한국에 비하면 매우 저렴했다. 식당 주인아저씨가 내가 외국인인 걸 알고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봤다.
“한국에서 왔어요”라고 하니 반갑게 맞아주셨다. 세부에서 꼭 가봐야 할 곳들을 알려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탑스 힐’이라는 전망대였다. “세부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장소”라며 강력 추천해주셨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탑스 힐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은 꽤 험했지만, 도착해서 본 풍경은 그 고생을 보상받기에 충분했다. 세부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고, 멀리 바다까지 보였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도시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탑스 힐에서 우연히 한 현지인 사진작가를 만났다. 그는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고 했는데, 세부의 숨은 명소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가 알려준 곳 중 하나가 ‘시마라 교회’였다.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오래된 교회라고 했다.
그의 추천으로 시마라 교회에 갔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오래된 석조 건물이 주는 고풍스러움과 고요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교회 관리인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교회가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지어졌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교회의 역사를 상세히 설명해주었고, 심지어 보통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는 종탑까지 구경시켜 주었다.
여행 중 예산 관리도 생각보다 잘 됐다. 패키지로 항공권과 숙박을 해결해서 약 80만원 정도 들었는데, 따로 예약했다면 훨씬 더 비쌌을 것이다. 현지에서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로컬 식당에서 식사를 해서 식비도 많이 절약했다. 교통비는 5일 동안 약 5만원, 식비는 15만원 정도 썼다. 관광지 입장료와 기념품 등으로 10만원 정도 더 사용했다.
세 번째 날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우산도 없이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순식간에 홀딱 젖었다. 당황했지만, 근처 카페로 피신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카페 주인이 친절하게도 수건을 빌려주었고, 비가 그치지 않자 우산까지 빌려주었다. 그 카페에서 만난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들도 자유 일정 패키지로 왔다고 했다. 서로의 여행 정보를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런 우연한 만남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다.
넷째 날에는 보홀 섬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아침 일찍 페리를 타고 2시간 정도 이동했다. 보홀의 유명한 초콜릿 힐스는 정말 신기했다. 수백 개의 언덕이 마치 초콜릿처럼 줄지어 있는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또한 필리핀의 특산 동물인 ‘타르시어’도 보았는데,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라고 한다. 손가락만한 크기에 커다란 눈을 가진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보홀에서 로맨티코라는 현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시니강이라는 새콤한 수프가 특히 맛있었다. 식사 후에는 로복 강에서 크루즈를 탔는데, 배 위에서 필리핀 전통 음악 공연을 보며 강을 따라 내려가는 경험이 정말 좋았다.
자유 일정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후 몇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우선 현지 화폐를 어느 정도 미리 환전해 가는 게 좋다. 공항 환전소는 환율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 심카드를 구입하면 데이터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항상 물은 생수를 마시고, 길거리 음식은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곳에서 먹는 게 안전하다.
마지막 날, 호텔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지난 4박 5일을 되돌아보았다. 자유 일정 패키지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항공이랑 숙박 걱정 없이 현지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끌리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며 진정한 세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 중에 만난 현지인들과 다른 여행자들의 친절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레촌 식당 주인아저씨, 탑스 힐의 사진작가, 시마라 교회 관리인, 폭우 속에서 만난 카페 주인까지. 그들 덕분에 더 풍성한 여행이 되었다.
세부,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줄까? 자유 일정 패키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다음 여행도 이런 방식으로 떠나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