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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 3박 4일 여행 후기



북해도 3박 4일 여행 후기

이번 여행은 정말 특별했어요. 왜냐하면…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무채색의 세상에 갇혀 있었어요. 회색빛 도시, 빽빽한 빌딩 숲에서 매일같이 성과와 실적이라는 숫자에 쫓기며 살아갔네요. 스물둘의 나는, 너무 빨리 닳아 없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북해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창밖을 보았을 때, 비로소 숨이 트이는 것 같았어요.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도망치듯 떠나온 여행. 그 시작은 안도감과 약간의 설렘으로 가득했죠. ✈️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 위, 눈 덮인 북해도의 광활한 대지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 위, 눈 덮인 북해도의 광활한 대지



치토세 공항에 도착한 것은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였어요. 문이 열리고, 훅 끼쳐오는 12월 북해도의 공기는 제법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그 차가움이 싫지 않았어요.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드는, 상쾌한 첫인상이었네요.

하얀 입김을 호호 불며 버스에 올랐어요. 가이드님의 차분한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죠. 모든 것이 하얀 눈에 덮여 있었어요. 지붕도, 길도, 나무도.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과 더러움을 하얀 눈이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것 같더군요.

나는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저 눈 아래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잠들어 있을까.


눈이 소복이 쌓인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에서 유황 연기가 피어오르는 신비로운 풍경

눈이 소복이 쌓인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에서 유황 연기가 피어오르는 신비로운 풍경





첫날의 숙소가 있는 노보리베츠에 도착했을 때, 공기 중에는 희미한 유황 냄새가 섞여 있었어요. ‘지옥계곡’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달리, 눈 덮인 그곳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펄펄 끓는 온천수가 만들어내는 자욱한 수증기가 눈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더군요.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니, 온몸의 긴장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어요. 영업 실적에 대한 압박감, 인간관계의 피로함 같은 것들이 하얀 김과 함께 모두 날아가 버리는 듯했습니다. 그저 따뜻한 물의 감촉과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겨울 공기만이 존재할 뿐이었죠. 🌟

다음 날, 우리는 후라노와 비에이의 설원으로 향했어요.

그곳은 말 그대로 순백의 세상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눈밭 위에 다른 색이라고는 오직 파란 하늘뿐. 모든 것이 고요하고, 또 평화로웠어요. 나는 그저 가만히 서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네요.


광활한 비에이 설원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유명한 크리스마스 나무

광활한 비에이 설원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유명한 크리스마스 나무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드넓은 설원 위에 홀로 우뚝 서 있던 ‘크리스마스 나무’였어요. 그저 나무 한 그루일 뿐인데, 어쩐지 제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에 홀로 던져진 듯 외로워 보이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은 닝구르 테라스에서 찾아왔어요. 해가 진 숲속, 작은 오두막들에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죠. 마치 동화 속 요정들이 사는 마을에 들어온 것만 같았어요.

그 순간,
내 안의 딱딱하게 굳어 있던 감정들이 부드럽게 풀리는 것을 느꼈어요.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차가운 줄만 알았던 겨울밤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아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네요.


밤의 숲속, 따스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닝구르 테라스의 아기자기한 통나무집들

밤의 숲속, 따스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닝구르 테라스의 아기자기한 통나무집들



여행을 하며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어요. 모든 것을 계획하고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던 이전의 나와는 달리, 정해진 일정에 몸을 맡기고 순간순간의 감정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죠.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나는 온전히 나에게, 그리고 눈앞의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성과에 목매던 영업 매니저 ‘잡학박사’는 잠시 잊고, 눈송이 하나에도 감탄하고, 따뜻한 라멘 국물 한 모금에 행복을 느끼는 스물두 살 청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타루의 밤거리를 걸으며 들었던 영롱한 오르골 소리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해주었고요. 입에서 살살 녹던 징기스칸 양고기는, 살아있다는 감각을 생생하게 일깨워주더군요.


눈 덮인 지붕과 가스등 불빛이 낭만적인 오타루 운하의 야경

눈 덮인 지붕과 가스등 불빛이 낭만적인 오타루 운하의 야경



북해도를 떠나는 날, 비행기 창밖으로 다시 한번 하얀 대지를 내려다보았어요.

아쉬움보다는 충만함이 더 큰 이별이었습니다. 3박 4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북해도의 겨울은 제게 너무나 많은 것을 선물해주었네요.

여행은 끝났지만, 제 안에는 많은 것들이 남았습니다. 코끝을 시리게 하던 차가운 공기의 감촉, 폭신한 눈을 밟는 소리, 마음까지 녹여주던 온천의 온기, 그리고 무엇보다 고요한 설원 속에서 발견한 내면의 평화.

나는 다시 회색빛 도시의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이제 예전의 나는 아닐 거예요. 제 마음속에 작은 눈의 왕국 하나를 고이 품고 돌아왔으니까요. 마음이 지치고 소란스러워질 때면, 언제든 북해도의 겨울을 꺼내볼 수 있을 테니까요. 💡

✔️ 겨울 북해도 여행은 방한용품을 최대한 꼼꼼히 챙겨야 해요. 모자, 장갑, 목도리, 핫팩은 필수!
✔️ 눈길이 미끄러우니, 반드시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이나 아이젠을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온천은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랍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녹아내리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 추운 날씨에 스마트폰 배터리가 빨리 닳을 수 있으니, 보조배터리를 꼭 챙겨 다니세요.
✔️ 신선한 해산물, 미소라멘, 징기스칸 등 북해도의 맛있는 음식들을 놓치지 마세요. 여행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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