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 4박 5일 여행 후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태국 특유의 습한 공기. 인천공항의 차가운 봄바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됐다. 창밖으로 보이는 태국의 풍경이 새로웠다.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야자수와 현지인들의 일상이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갔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로비에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태국 특유의 향신료 향이 섞인 공기가 반겼다. 직원들은 모두 환한 미소로 “사와디캅”하며 인사했고, 체크인도 빠르게 진행됐다.
내 방은 14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발코니에서 바라본 파타야 해변의 전경이 정말 멋졌다. 푸른 바다와 해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들까지. 숙소는 해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위치도 완벽했다.
첫날은 그냥 주변 탐색으로 시작했다. 지도 앱을 켜긴 했지만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냥 걸었다. 호텔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틀어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메인 거리와는 달리 이 골목에는 현지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작은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고,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어떤 할머니는 길가에 앉아 망고를 깎고 계셨는데,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맛보라고 건넸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사원은 정말 놀라웠다. 관광객은 거의 없었고, 현지인 몇 명만이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화려한 금색 장식과 붉은색 기둥이 인상적이었다. 잠시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아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둘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해변으로 향했다. 아직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시간이라 비교적 한적했다. 모래사장을 걷다가 현지인 젊은 남성을 만났는데, 그는 해변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었다.
“조인하세요?” 그가 영어로 물었다. 망설이다가 그냥 도전해보기로 했다. 해변에서 하는 요가는 처음이었는데,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는 명상이 정말 특별했다. 수업이 끝나고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이름은 타완. 파타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방콕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다고 했다. 요가는 취미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아침마다 해변에서 무료로 가르친다고. 그는 나에게 현지인만 아는 맛집을 추천해줬다.
“빅 부다에서 남쪽으로 10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작은 식당, 거기 똠양꿍이 진짜야.”
점심으로 타완이 추천해준 식당을 찾아갔다. 간판도 없는 허름한 곳이었지만 현지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영어 메뉴판은 없었지만 “똠양꿍”이라고 말하니 알아들었다.
정말 내 인생 최고의 똠양꿍이었다. 얼큰하면서도 시큼한 국물에 신선한 새우가 듬뿍. 한국의 매운맛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매콤함이었다. 식사 비용은 고작 120바트, 한국 돈으로 약 4,500원 정도였다.
셋째 날은 산호섬으로 향했다. 해변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30분 정도 가니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이 나타났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발에 닿는 부드러운 모래와 투명한 바다가 나를 반겼다.
산호섬에서는 스노클링을 했다. 장비는 섬에 도착해서 현지인에게 빌렸는데, 가격 흥정을 조금 했다. 처음에 300바트를 부르길래 200바트로 깎았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니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산호초가 펼쳐졌다.
물 밖으로 나와 해변에 누워있으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섬에는 작은 레스토랑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코코넛 물을 마셨다. 신선한 코코넛을 바로 따서 주는데, 그 맛이 정말 달콤하고 시원했다.
넷째 날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 태국의 스콜이라고 하는 갑작스러운 소나기였다.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이 호텔에 머물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행운이었다. 호텔 1층에서 우연히 한국인 부부를 만났는데, 그들은 파타야에 벌써 세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비 오는 날 가볼만한 곳으로 “아트 인 파라다이스”라는 3D 트릭아트 뮤지엄을 추천해줬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뮤지엄은 정말 신세계였다. 트릭아트와 함께 찍는 사진이 너무 재미있었고, 비가 오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우연한 발견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마지막 날, 체크아웃 전까지 시간이 있어서 호텔 근처 시장을 둘러보았다. 현지 과일과 향신료, 그리고 기념품들이 가득했다. 망고스틴과 두리안을 처음 맛봤는데, 망고스틴은 달콤하고 상큼했고 두리안은… 글쎄, 특이했다고 해두자.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 한 분이 태국 전통 의상인 “파신”을 팔고 계셨다. 예쁜 패턴에 끌려 하나 구매했는데, 할머니가 어떻게 입는지 직접 알려주셨다. 그 친절함이 정말 감동이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 4박 5일을 되돌아봤다. 항공과 숙박만 미리 예약해두고 나머지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즐긴 여행. 이런 방식이 내게는 정말 잘 맞았다.
파타야에서 만난 사람들, 맛본 음식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모험들까지. 모든 것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다음에는 또 다른 도시로, 같은 방식으로 떠나볼까 생각중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정리해보니 실제로 지출한 내역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었다. 항공과 숙박을 미리 예약한 덕분에 현지에서는 주로 식비와 교통비, 그리고 약간의 관광비용만 들었다. 현지 식당에서 식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비용도 많이 절약됐다.
태국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팁을 주자면, 우선 태국의 봄(3-5월)은 정말 덥다. 항상 물을 충분히 마시고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다. 그리고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식당을 찾아보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훨씬 좋다.
송태우라는 현지 교통수단은 정말 편리하다. 일종의 공유 택시인데, 가격 흥정을 잘 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밤에는 안전을 위해 정식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계획에 얽매이지 않는 것. 때로는 길을 잃는 것이 새로운 발견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파타야의 작은 골목길에서 만난 사원처럼, 계획에 없던 장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다.
파타야, 다음에는 또 다른 계절에 만나볼까? 이번엔 봄이었지만, 다음엔 좀 덜 더운 겨울에 방문해보고 싶다. 그때도 역시 숙소와 항공편만 미리 예약해두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결정하는 여유로운 여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