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일주 9박 10일 여행 후기
인천공항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카이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 바다를 바라보며 이번 여행에서 만날 나의 모습이 궁금해졌어요. 일상에 지친 일러스트레이터가 고대 문명의 땅에서 어떤 영감을 받아올까…
카이로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간으로 저녁이었어요. 공항을 빠져나오자 훅 느껴지는 건조한 공기와 이국적인 향기. 그리고 어딘가 분주하면서도 여유로운 카이로의 밤공기가 저를 반겼습니다. 가이드님의 안내에 따라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카이로의 야경이 마치 별들처럼 반짝였어요.
다음 날 아침, 기자 피라미드 단지로 향했습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거대한 피라미드의 실루엣. 교과서와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그 웅장한 모습이 실제로 내 눈앞에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정말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일까…”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온 피라미드 앞에 서니 인간의 역사가 얼마나 깊고 경이로운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뜨거운 사막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어요. 그 바람 속에 고대 이집트인들의 숨결이 담겨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스핑크스의 신비로운 미소를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시간이란 무엇일까…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 수천 년 전 누군가도 같은 마음으로 서 있었을까. 사진 작업을 하며 순간을 담아내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천 년을 넘어 지속되는 것들의 의미가 깊게 다가왔습니다.
이집트 박물관에서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를 직접 볼 수 있었어요. 유리 케이스 너머로 보이는 황금빛 얼굴. 그 섬세한 디테일과 장인정신에 감탄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고대 이집트인들의 예술적 감각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런 작품을 만들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우리는 아스완으로 이동했습니다. 나일강 크루즈에 올라 강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어요.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습니다. 강변의 야자수와 모래언덕, 그리고 때때로 보이는 작은 마을들.
크루즈 갑판에 앉아 스케치북을 펼쳤어요. 오랜만에 느끼는 영감의 순간. 손이 저절로 움직이며 나일강의 풍경을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귀차니스트인 제가 이렇게 열심히 그림을 그리다니… 여행은 정말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아부심벨 신전은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습니다.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조각상들이 방문객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마치 시간의 심판자 같았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신전이 아스완 댐 건설로 인해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을 때, 국제적인 노력으로 해체해서 64m 높은 곳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인간의 의지로 역사를 지켜낸 거군요…”
콤옴보 신전에서는 이집트 신화의 깊이를 느꼈어요. 악어의 신 소벡과 매의 신 호루스에게 바쳐진 이 신전은 두 신의 영역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신전 벽에 새겨진 의학 도구들의 부조를 보며 고대 이집트의 발전된 의학 지식에 놀랐어요.
에드푸에서는 호루스 신전의 보존 상태에 감탄했습니다. 모래에 묻혀 있어서 오히려 더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는 가이드님의 설명이 인상적이었어요. 때로는 묻혀있는 것이 오히려 보존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룩소르에 도착한 날, 카르낙 신전의 거대한 기둥 숲을 거닐었어요. 134개의 거대한 기둥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저녁에는 룩소르 신전의 라이트업된 모습을 감상했어요. 밤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고대 신전의 모습이 마치 꿈을 보는 듯했습니다.
왕들의 계곡에서는 투탕카멘의 무덤에 들어갔어요. 좁은 통로를 지나 작은 방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 누워있던 파라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야 할 존재라는 것… 그럼에도 이렇게 기억되고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어요.
여행 중간에 만난 이집트 음식들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코샤리는 쌀, 마카로니, 렌틸콩, 양파, 토마토 소스가 어우러진 이집트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었어요. 처음엔 낯설었지만, 먹다 보니 그 소박하면서도 깊은 맛에 매료되었습니다.
거리에서 맛본 팔라펠도 인상적이었어요. 병아리콩으로 만든 이 튀김 음식은 피타 빵에 싸서 먹는데, 그 바삭함과 향신료의 조화가 절묘했습니다. 가이드님께서 추천해주신 현지 음식점에서 맛본 이집트식 구운 비둘기 요리 ‘하맘 마흐시’도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요르단의 페트라로 이동하는 날,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이집트에서의 시간이 마치 다른 차원의 경험처럼 느껴졌어요. 일상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었을 감정들과 생각들이 내 안에 새롭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페트라의 협곡을 지나 만난 장미빛 도시는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어요. 좁은 시크 협곡을 걷다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알 카즈네’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이었습니다. 붉은 암벽에 새겨진 정교한 건축물을 보며 인간의 창조성에 경외감을 느꼈어요.
이미지 생성 실패: 페트라의 알 카즈네 앞에서 바라본 장면, 붉은 암벽과 정교한 건축물
사해에서의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물에 뜨는 신기한 경험, 그리고 미네랄이 풍부한 진흙 팩을 온몸에 바르고 있자니 어린아이처럼 즐거웠어요. 귀차니스트인 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마지막 목적지 암만에서는 로마 원형극장과 시타델을 방문했어요. 고대 로마의 흔적과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지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친절함과 활기찬 모습들이 마음에 남았어요.
9박 10일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여행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일상에 지쳐 떠난 여행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가슴 속에 무언가가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어요.
“나는 변했을까…”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나일강과 사해, 그리고 페트라의 붉은 바위들. 그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새로운 영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귀차니스트였던 제가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그림을 그릴 때, 이 여행의 기억들이 제 작업에 어떻게 녹아들지 기대가 됩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이집트와 요르단의 풍경들이 제 그림 속에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 것 같아요.
여행은 끝났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은 제 안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때로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귀차니스트였던 저에게 이번 여행은 그런 의미였습니다.
## 여행 팁 정리
✔️ 이집트 여행 시 봄(3-5월)이 날씨가 가장 쾌적해요
✔️ 사원 방문 시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옷차림 필수!
✔️ 현지에서는 생수만 마시고, 얼음은 되도록 피하세요
✔️ 사진 촬영 시 일부 장소는 카메라 비용이 추가될 수 있어요
✔️ 나일강 크루즈는 가능하면 상층 객실을 예약하세요, 전망이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