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 9박 10일 가을 여행 후기
유럽의 서남부에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의 두 나라는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한 번의 여행으로 두 가지 매력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약 13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스페인 마드리드는 첫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친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을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름의 극심한 더위가 가시고 겨울의 추위가 오기 전, 온화한 기온(15~25도)과 맑은 하늘이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특히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어 여유롭게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여행의 첫 목적지인 마드리드에서는 스페인 왕실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마드리드 왕궁을 방문했습니다. 2,000개가 넘는 방으로 구성된 유럽 최대 규모의 궁전으로, 화려한 샹들리에와 프레스코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입장료는 약 12유로, 오전 중에 방문하면 관광객이 적어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세요.
이어서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고야와 벨라스케스의 걸작들을 감상했습니다. 특히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는 실제로 보니 교과서에서 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가이드님의 상세한 설명 덕분에 작품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의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882년부터 시작된 공사가 아직도 진행 중인 이 성당은 외부의 웅장함도 놀랍지만, 내부의 빛과 색채의 향연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성당 내부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만들어내는 색채의 변화는 마치 살아있는 예술작품 같았습니다.
구엘 공원에서는 가우디의 독특한 상상력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철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공원 입구의 유명한 도마뱀 분수부터 물결치는 듯한 벤치까지, 어디를 보아도 예술이 아닌 곳이 없었습니다. 가을 햇살 아래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목적지는 그라나다였습니다. 이슬람 건축의 정수로 불리는 알함브라 궁전은 가을의 햇살 아래 더욱 빛났습니다. 정교한 아라베스크 문양과 물을 활용한 건축 기법, 그리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배경으로 한 경관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알함브라 궁전은 예약이 필수인데, 우리 일행은 미리 준비된 예약 덕분에 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포르투갈로 넘어가 첫 번째로 방문한 도시는 수도인 리스본이었습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이 도시는 파스텔 색조의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 그리고 대서양의 시원한 바람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트램 28번을 타고 도시의 주요 명소를 둘러보는 것은 리스본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특히 미라도우로(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붉은 지붕의 도시 전경은 가을 햇살 아래 더욱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벨렘 지구에 위치한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포르투갈의 위대한 항해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마누엘 양식의 정교한 디테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바스코 다 가마의 무덤이 있는 이곳에서 포르투갈의 찬란했던 역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도원 근처에 있는 벨렘 타워도 놓치지 않고 방문했는데, 테주 강가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마치 동화 속 성과 같았습니다.
리스본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은 단연 “파스텔 드 나타”입니다. 달콤한 에그 타르트로, 특히 벨렘 지역의 ‘파스테이스 드 벨렘’에서 맛보는 것이 정석입니다.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커스터드 필링의 조화가 일품이었습니다. 가격도 약 1.2유로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포르투갈의 두 번째 도시 포르투는 도우루 강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도시로, 포트 와인의 본고장입니다. 특히 가을은 포도 수확철이라 와이너리 투어가 더욱 특별했습니다. 강 건너편 빌라노바 데 가이아 지역의 와인 저장고에서 진행된 시음 행사에서는 다양한 포트 와인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테이스팅 비용은 약 15~20유로로, 포트 와인의 역사와 제조 과정에 대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포르투의 상징적인 건물인 클레리고스 탑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240개의 계단을 오르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붉은 지붕과 도우루 강의 파노라마는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주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음식 문화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해산물 파에야와 다양한 타파스를 즐겼는데, 특히 마드리드의 산 미구엘 시장에서 맛본 하몽(스페인식 생햄)과 감자 오믈렛(토르티야)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바칼라우(염장 대구 요리)와 까쉬도(콩과 소시지 스튜)를 맛보았는데, 현지인들의 소울 푸드를 경험할 수 있어 특별했습니다.
숙박은 주로 도시 중심부의 호텔을 이용했습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는 그란 비아와 람블라스 거리 근처의 호텔이 관광하기 편리했고, 리스본에서는 바이샤-시아두 지역의 호텔이 주요 관광지와 가까워 좋았습니다. 가을 시즌은 성수기를 지난 때라 호텔 가격도 상대적으로 합리적이었습니다.
현지 교통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두 지하철과 버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이동이 편리했습니다. 도시 간 이동은 고속철도를 이용했는데,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AVE 고속열차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넘어갈 때는 비행기를 이용했으며, 약 1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몇 가지 팁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첫째, 주요 관광지는 가능한 한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알함브라 궁전은 현장에서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둘째,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식사 시간이 늦은 편입니다. 점심은 보통 14시, 저녁은 21시 이후에 시작합니다. 이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거나, 간식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두 나라 모두 소매치기가 있을 수 있으니 귀중품 관리에 주의하세요. 특히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와 리스본의 트램 28번은 소매치기가 자주 발생하는 곳입니다.
넷째,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를 몇 마디라도 배워가면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올라(Olá)”나 “그라시아스(Gracias)”같은 간단한 인사말만으로도 친절한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섯째, 가을이지만 날씨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얇은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포르투갈은 대서양의 영향으로 아침저녁으로 선선할 수 있습니다.
9박 10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스페인의 열정과 포르투갈의 낭만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역사적 건축물과 예술 작품, 맛있는 음식과 와인, 그리고 따뜻한 현지인들의 미소까지, 이베리아 반도의 모든 것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가을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여행자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는 곳입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이 아름다운 나라들을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제 여행 이야기가 여러분의 여행 계획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여행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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