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4박 5일, 환상적인 여름 휴가 필수 코스

세부 4박 5일, 환상적인 여름 휴가 필수 코스

세부 4박 5일, 환상적인 여름 휴가 필수 코스

여름만 되면 다들 휴가 간다고 난리잖아. 인스타 피드는 온통 비행기 티켓이랑 해외 풍경으로 도배되고. 쇼핑몰 여름 시즌 준비하느라 몇 달을 갈아 넣었더니 진짜 번아웃이 올 것 같아서, 나도 그냥 제일 만만한 비행기 표를 끊어버렸어. 그게 세부였지.

솔직히 말하면 별 기대 안 했어. 세부? 그냥 한국인 많은 동남아 휴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거든. 다들 가는 곳은 재미없다는 이상한 심리가 있잖아. 근데 4박 5일 내내 물속에서만 살다 오니까, 이 생각이 조금은 바뀌더라. 뭐, 아주 조금.

인천공항에서부터 이미 지쳤어. 여름 성수기라 그런지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그래도 비즈니스 끊은 과거의 나, 칭찬해. 누워서 편하게 가니까 살 것 같더라. 막탄 공항에 내리자마자 습한 공기가 확 덮치는데, 아, 동남아에 오긴 왔구나 싶었지. 공항은 생각보다 작고 복잡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숙소는 막탄섬에 있는 리조트로 잡았어. 시내까지 나가기 귀찮고, 그냥 리조트 수영장에서 뒹굴거릴 생각이었거든.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뷰는 뭐 그냥 오션뷰. 바다가 보이긴 하는데, 내가 상상했던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니고 그냥… 바다. 그래도 테라스에 앉아서 멍 때리기엔 나쁘지 않더라.

첫날은 그냥 짐 풀고 리조트 구경이나 하다가 끝났어.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룸서비스 시켰는데, 역시나 비싸고 맛은 그저 그랬어. 필리핀 대표 맥주라는 산미구엘은 맛있더라. 이거 마시려고 세부 오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 마음 약간은 알 것 같기도.

다음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관광객 모드’로 전환해야 했어. 사실 내가 세부 여행을 계획하면서 제일 귀찮았던 게 액티비티 예약이었거든. 호핑투어가 뭔지, 캐녀닝이 뭔지, 업체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하나하나 비교하고 후기 찾아보는 거, 나한텐 일의 연장선일 뿐이잖아.

그래서 그냥 제일 후기 많고 편해 보이는 걸로 질렀어. 이름하여 ‘세부 디스커버리 투어’였나. 스노클링이랑 시내 관광을 묶어놓은 상품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귀차니즘 심한 사람한테는 이게 답이야. 알아서 데리러 오고, 밥 주고, 포인트 데려가 주고, 다시 데려다주니까.

아침 일찍 픽업 차량을 타고 선착장으로 갔어. 거기서 ‘방카’라는 필리핀 전통 배를 타는데, 나무로 길게 만들고 양옆에 날개처럼 뭐가 달려있더라. 생각보다 안정감 있었어. 배 타고 한 30분쯤 나갔을까, 가이드가 여기서 스노클링 할 거라고 하더라고.

솔직히 리조트 앞바다 보고 실망해서, 바다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거든. 근데 막상 장비 쓰고 물에 얼굴을 담그는 순간, 와, 이건 진짜 다른 세상이더라. 시야가 엄청 맑고, 발밑으로 산호랑 열대어들이 그냥 지나다녀. 니모에 나오는 그런 애들 있잖아. 걔네가 정말 내 눈앞에 있더라고.

맑은 세부 바닷속을 헤엄치는 열대어들
맑은 세부 바닷속을 헤엄치는 열대어들

가이드가 빵조각을 좀 줬는데, 물속에서 살짝 부수니까 물고기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더라. 좀 무서울 정도였어. 정신없이 물고기 밥 주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좋았어. 쇼핑몰 재고 걱정, 다음 시즌 기획안, 직원들 문제… 그런 것들이 하나도 생각 안 나는 거야. 그냥 이 순간, 물에 둥둥 떠 있는 나만 있는 느낌. 이 맛에 다들 물놀이하러 오나 싶더라.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배 위로 올라오니 점심이 준비되어 있었어. 당연히 패키지에 포함된 식사라 큰 기대 안 했지. 근데 웬걸, 숯불에 구운 닭꼬치랑 새우, 그리고 과일 같은 게 나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 거야. 특히 망고. 한국에서 먹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 물놀이하고 먹어서 그런가, 진짜 꿀맛이었어.

점심 먹고 나서는 막탄 시내 관광을 했어. 라푸라푸 기념비가 있는 공원 같은 곳에 갔는데, 스페인 함대를 물리친 필리핀 영웅이라나. 사실 역사에는 큰 관심 없어서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어.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늘만 찾아다녔던 기억밖에 없어. 이런 역사적인 곳보다는 그냥 시원한 물속이 나한테는 더 잘 맞는 것 같아.

세부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지. 바로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야. 이건 세부 가기 전부터 유일하게 기대했던 거거든.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류랑 같이 수영을 한다니, 상상이 잘 안 가잖아.

근데 이걸 하려면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해.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하거든. 막탄에서 오슬롭까지 차로 3시간이 넘게 걸린대. 알람 소리에 겨우 일어나서 비몽사몽 픽업 밴에 탔어. 창밖은 그냥 깜깜하고, 나는 거의 시체처럼 잠들었지.

한참을 달려 오슬롭에 도착하니까 이미 전 세계 관광객들이 다 모여있더라. 한국인 반, 서양인 반. 여기서 간단한 주의사항 교육을 받아. 고래상어 만지지 말기, 선크림 바르지 말기 같은 것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데, 당연히 지켜야 하는 거지.

작은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바로 포인트야. 바다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옆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슥 지나가는 거야. 진짜 소름 돋았어. 크기가 상상을 초월해. 버스만 하다고 하더니, 진짜 그 정도는 되는 것 같더라.

물에 들어가면 그 거대함이 더 와닿아. 내 바로 옆으로, 바로 밑으로 고래상어가 유유히 헤엄치는데 입을 쩍 벌리고 새우젓 같은 걸 받아먹고 있더라고. 사실 좀 짠했어. 야생의 상어가 아니라, 사육당하는 동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 약간 거대한 수족관에 내가 들어와 있는 기분? 그래도 그 압도적인 크기를 눈앞에서 본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 이건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절대 못 담아.

고래상어 투어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거의 탈진 상태였어. 너무 피곤해서 숙소 돌아가자마자 기절하고 싶었는데, 이대로 하루를 끝내긴 아쉽잖아. 그래서 세부의 명물이라는 ‘레촌’을 먹으러 갔어. 아기 돼지를 통으로 구운 요리인데, 껍질이 과자처럼 바삭한 게 특징이래.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갔는데, 현지인들로 바글바글하더라. 레촌이랑 갈릭 라이스, 그리고 산미구엘을 시켰지. 한입 먹었는데, 와. 진짜 껍질이 미쳤어. 바삭! 소리가 나면서 부서지는데 속살은 또 엄청 부드럽고. 왜 세부 오면 이걸 꼭 먹으라고 하는지 바로 이해가 되더라. 짠맛이 강해서 맥주랑 정말 잘 어울렸어. 새벽부터 고생한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지.

바삭한 껍질이 먹음직스러운 레촌 한 접시
바삭한 껍질이 먹음직스러운 레촌 한 접시

마지막 날은 별다른 계획 없이 그냥 쉬기로 했어. 여행 와서까지 빡빡하게 스케줄 짜는 거, 제일 싫어하거든. 오전에 늦잠 실컷 자고 일어나서 리조트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어. 선베드에 누워서 책 좀 읽다가, 더우면 수영하고, 칵테일 한잔 마시고. 이게 진짜 휴양이지.

오후에는 세부 시티 야경이 그렇게 예쁘다는 ‘탑스힐’ 전망대에 가볼까 잠시 고민했어. 근데 부사이 힐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한다는데, 그럴 힘이 없더라. 그냥 포기하고 가까운 스파에 가서 마사지를 받았어. 2시간짜리 아로마 마사지를 받았는데, 여행 내내 쌓인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어. 가격도 한국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하고. 세부에서 제일 만족스러웠던 걸 꼽으라면 마사지라고 할 수도 있겠어.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기념품 가게에 들렀어. 쇼핑몰 CEO지만, 여행지에서 쇼핑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해. 다 거기서 거기고, 막상 사 오면 집에서 짐만 되잖아. 그래도 가족들 선물로 유명하다는 7D 건망고랑 조비스 바나나칩은 좀 샀어. 이건 맛있으니까.

4박 5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는데, 기대 없이 떠난 여행치고는 꽤 괜찮았어. 일상에서 완벽하게 로그아웃하고 싶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물속에만 있고 싶을 때, 세부는 꽤 좋은 선택지인 것 같아. 물론 바글거리는 관광객과 끈질긴 호객 행위, 그리고 덥고 습한 날씨는 감수해야 하지만.

세부는 나에게 ‘쉼’의 다른 방법을 알려준 곳이야. 꼭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뭔가를 봐야만 여행은 아니라는 거. 그냥 좋은 리조트에서 맛있는 거 먹고, 시원한 물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충전이 되더라. 뭐, 다음에도 또 갈 거냐고 물으면 글쎄. 세상에 가볼 곳은 너무 많으니까. 그래도 누군가 세부 어떠냐고 물으면, “물놀이 좋아하면 한번 가봐. 생각보다 괜찮아”라고 말해줄 것 같아.

💡 여행 팁 정리

  • 투어 예약: 나처럼 계획 짜기 귀찮아하는 사람은 그냥 ‘세부 디스커버리 투어’ 같은 올인원 패키지가 편해. 가격 비교하는 시간 아껴서 물놀이 한 번 더 하는 게 이득이야.
  • 오슬롭 고래상어: 이건 무조건 새벽 일찍 출발하는 단독 투어로 해. 다른 팀이랑 섞이면 기다리는 시간만 길어지고 피곤해. 돈 조금 더 주고 프라이빗하게 다녀오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아.
  • 음식: 레촌은 꼭 먹어봐. 껍질 바삭한 걸로 달라고 하고. 그리고 1일 1망고는 국룰이야. 길거리에서 파는 거 말고,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는 게 더 신선하고 저렴해.
  • 교통: 택시는 무조건 미터기를 켜달라고 하거나, 타기 전에 그랩(Grab) 앱으로 목적지 찍고 가격 확인해. 안 그러면 바가지 쓰기 딱 좋아. 웬만하면 그냥 그랩 쓰는 게 속 편해.
  • 날씨와 옷차림: 여름(우기)에 가면 스콜성 비가 자주 와. 하루 종일 오는 건 아니고 잠깐 쏟아지고 그치니까 작은 우산이나 방수 가방이 있으면 편해. 옷은 그냥 얇고 잘 마르는 걸로 여러 벌 챙겨. 습해서 빨래가 잘 안 마르거든.
  • 환전: 공항에서 급하게 쓸 돈만 조금 바꾸고, 나머지는 세부 시티에 있는 아얄라몰 같은 대형 쇼핑몰 환전소에서 하는 게 환율이 훨씬 좋아.
  • 마사지: 1일 1마사지 추천. 길거리에서 호객하는 곳보다는, 구글맵 평점 보고 깔끔한 곳으로 찾아가. 가격 차이 얼마 안 나는데 만족도는 훨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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